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 정책 당국자들, 경제통계 비밀해제 놓고 줄다리기

공유
0

러시아 정책 당국자들, 경제통계 비밀해제 놓고 줄다리기

러시아 중앙은행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중앙은행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 사진=로이터
러시아 크렘린궁의 비밀 유지 조치가 전문가들조차 국가 경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데이터의 기밀 해제 확대를 놓고 러시아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내린 일련의 경제 데이터 비밀 분류 결정을 대부분 철회하는 방안을 주도하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외신은 전했다.
아직 이 계획을 승인하지 않은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제재에 대한 필요한 방어수단으로 광범위한 경제 통계정보에 대한 비밀 분류를 정당화해 왔다. 비밀등급 정보 데이터에는 외환보유액과 수출 수치 등 중요한 지표가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민감한" 활동 결과를 비밀에 부칠 수 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달 시장경제의 성장을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투자자들이 증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적절한 공시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28일 "많은 당국이 데이터 공개 재개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통계가 부족할 경우 분석가들과 연구원들의 작업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기업과 경제가 제재 위험에 취약한 지표를 제외하고 재무제표 발간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 논쟁은 경제 통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 정도 정보 전쟁이 되는 지와 이를 늦추려는 서방의 강한 노력을 보여준다.

1월 17일 푸틴 대통령은 경제 내각 회의에서 자랑스럽게 러시아가 제재 중 최악의 상황을 견뎌냈다고 선언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실제로 더 나은 경제 활동을 보여주었다. 서양 전문가도 아니고 우리 러시아의 일부 전문가들조차 국내 총생산이 10%, 15%, 심지어 20%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아졌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대부분 경제 데이터를 비밀 등급으로 서둘러 분류하면서 푸틴의 경제 승리 발언외에는 거의 알 길이 없게 만들었고, 심지어 푸틴 자신 조차도 그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비밀로 분류된 예산 지출액은 전쟁 전 540억 달러 계획에 비해 40% 이상 증가한 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대외 무역 데이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러시아의 데이터에 대한 불확실성이 경제 상황을 더 흐리게 만들면서 떨어진 러시아의 제재 흡수 능력에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정책 당국자조차 놀라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는 "통계의 불투명성은 시스템 내부의 사람들에게도 문제를 일으킨다"며, "경제부처는 비밀 등급 거시경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지만, 기업 통계는 때때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정확한 수치조차도 더 광범위한 문제를 가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가 노동시장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4% 미만의 사상 최저 실업률 기록을 언급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국외로 탈출했고, 군 징집병 30만 명의 노동자들은 현재 고용 중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고용 통계 수치는 높일 수 있지만, 노동시장의 건강성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컨설팅 네트워크 FinExpertiza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다운 타임, 무급 휴가 및 부분 고용 등 숨겨진 실업이 2022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466만 명으로 기록했다고 전했다.

누락된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분석가들은 창의적인 교차 점검 방법에 의존한다. 모스크바 투자은행인 르네상스캐피털의 소피야 도네츠 러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수입의 역동성을 추적하기 위해 대체 지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모든 것이 복원될 수는 없다. 공기업과 은행의 공시 부족이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 제재로 정보 공개 제한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경제전 등 러시아를 상대로 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조건에서 데이터의 비밀 등급화는 자연스런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알 필요가 있는 모든 사람, 경제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모든 범위의 데이터, 통계 등에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푸틴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보안상 위협에 대한 그의 심화된 강박으로 인해 푸틴은 매파적인 자문단에 의존하면서 그의 경제팀을 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고위 관리들로부터 경제 보고를 받는다. 그가 왜곡된 정보를 받는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모든 정보에 기반해 기본적으로 매주 경제 각료회의를 주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오랜 의구심은 2020년 정점을 찍었다. 당시 초과 사망률이 공식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를 몇 배 이상 앞질렀다. 그러나 푸틴은 공식 통계 수치를 들며 러시아가 코로나 전염병을 이겨내고 서방보다 먼저 성장 국면으로 회복했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코로나 데이터 처리를 비판하다 일자리를 잃은 독립 인구통계학자 알렉세이 락샤는 러시아 정부 통계청(Rosstat) 요청에 따라 단일 연령대별 월별 사망률 통계 공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데이터는 연구자들이 전염병의 실제 사망자수 결정에 이용한 방법으로 전쟁 사상자에 대해 유사한 추정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문가들은 공공 데이터와 실제 경제 상황의 불일치가 덜 뚜렷해서 여전히 더 광범위한 추세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국영 독점기업인 가즈프롬의 가스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시사한 한 에너지 고위 관리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그는 당시 "가스프롬의 생산량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신은 그냥 모두를 겁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즈프롬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거의 15%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에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월 각료회의에서 푸틴은 가스 생산량이 실제로 12% 감소했다고 인정했는데, 이 수치는 노박이 12월 말 인터뷰에서 말한 것과 일치한다. 그러나 불과 3일 전 별도의 논평에서 노박은 18~20%의 생산량 감소를 언급했으나 이후 갑작스러운 수정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1월 각료 회의에서 러시아의 GDP가 2.5%밖에 감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는 최고 기술관료들이 전쟁 한 달 전 비밀 발표에서 푸틴에게 경고했던 최고 30% 감소 타격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 기관들의 예측은 멀지 않아, IMF, 세계은행, OECD는 모두 러시아의 2022년 경제 위축률이 국내총생산의 3.4%에서 4.5% 사이에 두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타격의 상당 부문이 군사비 증가로 완화되었는데, 분석가들은 이는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크렘린궁에 반대하고 있는 전 에너지부 차관 블라디르 밀로프는 "탱크, 미사일, 군복은 GDP에 플러스로 작용한다. 하지만 지금 그것들은 어디에 있나? 우크라이나 들판에서 썩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모순점들이 몇 안 되는 유용한 통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국제 금융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실질 임금은 최근 몇 년 동안 소매 판매와 단절되었다. 2022년 실질 임금은 2~4% 하락했지만, 우크라이나 참전 중인 군인들은 많은 복지 지급 수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식 통계에 기초한 인포린 예측에 따르면 소매 매출은 9% 감소하여 소비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밀로프는 "사람들이 예전만큼 많이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출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한 러시아가 건설 통계에 러시아 시골집인 다차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통계를 자주 소급해서 수정한다고 지적한다. 모스크바 주립대학의 경제학자인 나탈리아 주바레비치는 "이런 작은 변동은 큰 추세를 바꾸지는 않지만 항상 지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통계청은 모든 경제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궁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감안할 때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협상 중이며 그들이 우리의 말을 듣기를 희망하지만,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비밀 유지 정책이 곧 철회될 것이라는 견해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