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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JP모건 "美 은행발 위기 다음은 상업용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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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JP모건 "美 은행발 위기 다음은 상업용 부동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은행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역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 시간)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오피스에서 운용하는 리츠(부동산투자신탁)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이후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피스 리츠는 소액 투자자들도 작은 금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방식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는 21일 투자 노트에서 "상업용 부동산 부문이 도전적인 환경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은행 위기로 상업용 부동산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결제 상업용 대출 5조6000억 달러(약 7322조원) 중 절반 이상이 은행 대출"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형 은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중소형 은행의 비중이 높아 경계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진저 챔블레스 JP모건체이스 상업은행 연구 책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통화정책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경기 침체는 상업용 부동산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은 "SVB의 파산으로 지방 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부동산 하락세


최근 몇 달 동안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인해 타격을 받으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 집계에 따르면 약 4조400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 중 가장 높은 비율이 은행 대출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은행의 존재감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 중 상위 25개 은행을 제외한 중소형 은행의 비중은 71%에 달한다.

대형 은행들이 대출에 신중을 기하는 가운데 중소형 은행들은 공격적으로 나서 10년 만에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로 방어적으로 돌아선 중소형 은행들이 다시 한번 대출을 축소할 수 있다.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이미 막히기 시작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SVB 파산으로 오피스 리츠도 위기


그 여파는 리츠에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향이 큰 분야는 오피스 리츠다. 오피스 부동산을 운영하는 주요 리츠는 SVB 파산 이후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오피스 리츠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 에퀴티스와 보스턴 프로퍼티스는 2월 말과 비교해 약 20% 하락했다.

우웬 토머스 보스턴프로퍼티스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상승과 경기 악화로 비즈니스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나드 리얼티 트러스트처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보다 저점을 밑도는 종목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21일 오피스 리츠에 대해 "대차대조표와 포트폴리오의 질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가 보유한 주요 오피스 리츠 임차인의 약 40%가 기술 및 금융 관련 기업으로 "인력 감축에 따른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운용사 핌코(Pimco) 산하 콜롬비아 프로퍼티 트러스트는 유예기간이 지났는데도 대출금 이자를 내지 않아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SVB가 파산하기 전부터 오피스 투자 환경은 변하고 있었다. 미국 조사기관 트립에 따르면 2월 오피스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연체율은 2.38%로 전월 대비 0.52% 상승해 202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조사기관 그린스트리트는 지난 1년 동안 미국 오피스 자산가격지수가 2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과 투자펀드 등 자금 공급자들은 대출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SVB가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트립은 "오피스 부동산에 대한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를 경고했다.

모기지은행협회는 728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023년에 상환 시기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대출 잔액의 20%가 넘는 규모다. 대출 부실이 늘어나면 은행은 수익 압박을 받게 된다.

뉴욕주 소재 미국 지방은행인 M&T은행은 "2022년 말 기준 오피스용 대출 채권 중 약 20%가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금융기관의 앞날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가뜩이나 삐걱거리기 시작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