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두 은행이 규제 당국에 의해 폐쇄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렉 베커 전 실리콘밸리은행 최고경영자, 시그니처은행의 스콧 셰이 전 회 및 에릭 하웰 전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은 16일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최근 은행 붕괴에 있어서 그들의 역할에 대한 질문들을 받았다.
진보 성향의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의원들은 베커와 셰이에게 두 은행의 파산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에 급여를 반환할 것인지를 두고 거듭 질문을 이어갔다.
2022년에 거의 1,000만 달러를 벌었던 베커 전 최고경영자는 어떤 돈도 돌려주지 않았고, 다만 "규제 당국이 특정 영역을 점검하는 과정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600만 달러를 받은 스콧 셰이 전 시그니처은행 회장도 "반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베커 전 최고경영자는 또한 메릴랜드주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반 홀렌으로부터 실리콘밸리은행이 금리 상승에 노출된 더 위험한 자산을 매입하기 시작한 이후 임원 급여가 급등했다는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기로 했다.
베커 전 최고경영자와 셰이 전 회장은 그들의 은행들이 잘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 붕괴는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3월 같은 주 실버게이트의 붕괴, 소셜 미디어에 의해 악화된 뱅크런 등 일련의 사건들의 합해져 나타난 결과라고 주장했다.
베커는 "우리가 결정을 내릴 당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보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을 내렸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라고 청문회에서 그 입장을 강변했다.
16일 의회 청문회에 앞서 15일(월) 공개된 서면 답변에서 베커는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에 대한 "소문과 오해"에 의해 부채질된 "전례 없는" 뱅크런을 비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상원의원들은 16일(화)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대해 임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원 은행 위원회의 민주당 위원장인 셰로드 브라운은 베커 전 최고경영자에게 "당신은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에 대해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심하게 비난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앨라배마 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인 케이티 브릿은 베커에게 "지난 12년 동안 당신이 이끌었던 은행의 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책임감이 부족했던 점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 상원의원들은 3월 초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를 조사하기 위해 청문회를 소집했는데, 이는 미국 지역은행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고, 지난달 또다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붕괴로 이어졌다. 미 하원에서 열린 별도의 청문회에서는 미국 은행 규제당국의 감독 문제가 다루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실리콘밸리은행의 궁극적인 실패 원인은 IT기업과 벤처캐피털 회사의 쏟아지는 예금을 대부분 장기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으로 구성된 증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이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투자는 지난해 미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베커 전 최고경영자는 골드만 삭스의 자문을 근거로 18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보유 증권의 일부를 매각하기로 한 결정은 투자자 및 예금자들에게 공포심을 촉발했고, 결국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실리콘밸리은행이 새로운 자본 조달을 힘들게 만들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은행가 시도한 별도 자본조달에 참여한 골드만삭스는 실리콘밸리은행 증권 매각에 대한 자문을 종료하고, 실리콘밸리은행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자문에도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서면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이 폐쇄된지 며칠 만에 규제 당국에 의해 인수되었다. 시그니처은행은 주로 암호화폐 관련 고객 자금을 수신하는 몇 안되는 은행 중 한 곳으로 2022년까지 그 예금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는 SVB가 폐쇄된 지 며칠 만에 규제 당국에 의해 압수되었다. 은행은 암호화폐에 관련된 고객의 자금을 받는 몇 안 되는 대출 기관 중 하나가 됨으로써 2022년까지 예금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브라운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임원들이 고객 예금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베커 전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위험 관리를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 위원회의 공화당 소속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팀 스콧 상원의원은 베커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6일(화) 하원에서 마이클 바 연준 감독 부의장은 최근의 "급격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미국 은행시스템 전체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의 패트릭 맥헨리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너무 느리게 대응해 지난 1년간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게 만들었다고 연준을 비난했다. 그로 인해 "높은 금리 위험을 금융 시스템에 주입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