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앙은행 인플레이션 예측 실패에 '수십년 만에 최악' 비난…모델과 정책의 변화 요구

글로벌이코노믹

중앙은행 인플레이션 예측 실패에 '수십년 만에 최악' 비난…모델과 정책의 변화 요구

'인플레이션' 단어 앞에 놓인 인물 피규어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플레이션' 단어 앞에 놓인 인물 피규어들. 사진=로이터
영국중앙은행은 지난 과거의 금융 재난에서 얻은 교훈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주 "실수의 축제(Festival of Mistakes)"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에서는 영국중앙은행, 그리고 다른 중앙은행들은 최근의 실수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선진국들이 거의 한 세대 동안 가장 극심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금리 결정권자들은 기록적인 양의 통화 팽창 및 재정 부양에도 불구하고 물가 압력이 어느 정도까지 치솟을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미 연준 이사들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후 하락 속도까지 과대평가했다. 영국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의 무수한 경제학자들조차 인플레이션의 규모와 지속성을 과소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가들은 물가 안정성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 수행에 잘못된 예측이 큰 장애요인이 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을 더 일찍 눈치채지 못함으로써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해야 했고, 그로 인해 금융 불안정성의 위험을 감수하게 했을 뿐만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갈 신뢰에 의존하는 기관들의 신뢰성을 위협하게 되었다.
HSBC의 수석 경제 고문인 스티븐 킹은 중앙은행들의 집단적 실패의 탓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대중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신들의 능력에 의존하였다.

평상시에는 기업의 가격 결정과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를 주도하는 기본적인 룰은 중앙은행의 2% 안팎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이 보여주지 못한 점은 그 룰은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안정적일 때만 유지된다는 것이다. 일단 물가 압력이 치솟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사람들은 "중앙은행이 이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 물가 통제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고, 최신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중앙은행 정책이 물가 압력을 잠재울 수 있다고 하는 중앙은행의 주장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한 데 따른 중앙은행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낮추기에 대한 투자자, 그리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최대 75 bps 포인트까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했다.

어떤 곳에서는 자기성찰로까지 이어졌다.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한 점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며 향후 모델 예측보다 근본적인 인플레이션에 더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IMF 또한 주요 보고서에서 솔직한 반성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망 "오판"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영국중앙은행은 자신들의 실수가 예측 방식의 오류에 기인한 것이 거의 없으며, 대신 예측할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큰 충격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더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른 기관들은 덜 방어적이었지만, 다른 기관의 경제학자들은 대중들이 예측이 정확한지 아닌지에 크게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경제학자들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며, 대중은 이 시점에 경제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지 여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독립적인 재정 감시 기관인 예산책임사무국(OBR)의 책임자인 리차드 휴이(Richard Hughes)는 물가 압력의 상승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증가의 감소를 과소평가한 것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두 가지 큰 거시경제 예측 오류"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당신이 갖고 있는 지식에 바탕을 둔 미래에 대한 최선의 이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예측과 금융 시장 가격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사실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뉴스에 '반응'하는 반면, [우리는] '잘못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S&P의 알렉산드라 디미트리예비치 글로벌 연구개발 책임자는 예측의 목적이 숫자를 마지막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해석이나 설명, 방향성 및 위험성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정의를 보더라도 예측은 결코 맞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이 유용한 것인지 여부이다"고 그는 지적했다.

OECD의 신임 수석 경제학자인 클레어 롬바르델리는 유럽 전역의 암울한 겨울에 대한 끔찍한 전망은 불행 중 다행으로 정상보다 따뜻했던 날씨에 대한 가정에 기초해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즉 가스 저장량이 유지되었고, 그것은 곧 경제 성장 유지로 이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IMF의 192개 회원국 각각에 대한 전망 등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작성하는 부서장인 다니엘 리는 주요 경제 동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예측가들이 무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그 예측들이 부정확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이해 관계자들이나 각국 장관들은 IMF의 예측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전망치들은 규모에 대한 감각을 느끼게 하고, 세계적 추세의 가능한 파급 효과를 설명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리는 "우선 순위는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기대치에 대한 감각 뿐만아니라 위험성도 제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덜 공감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있다.

케임브리지 퀸즈 칼리지의 총장이자 알리안츠의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미 연준의 당초 전망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통화정책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기업 현황 증거나 자체 조치의 영향을 더 면밀히 조사했다면 인플레이션 상승의 심각성을 더 일찍 발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OECD의 롬바르델리 수석경제학자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2년 후 물가 압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까다로운 도전에 직면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 도전은 코로나 전염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특히 어렵다.

엘 에리안 고문은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이 특히 연준에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중대한 "일방적인" 예측 오류를 범했다. 이러한 오류는 모델이 "경제의 중요한 구조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 "마이크로 데이터"를 보기에는 너무 늦은 것, 그리고 집단적 사고 때문일 수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