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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대비 서두르자"…美 기업들, 채권 발행으로 자금조달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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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대비 서두르자"…美 기업들, 채권 발행으로 자금조달 분주

미국 법정화폐 달러화(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법정화폐 달러화(사진=로이터)
미국 기업들은 부채상한 협상의 교착상태가 올 여름 동안 시장 혼란을 야기할 경우에 대비 채권 발행을 앞당기는 등 자금조달을 서두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의 자료에 따르면,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2022년 5월 460억 달러에서 이달 현재까지 1,12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이 증가했으며 4월 발행액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초저금리로 1,960억 달러의 차입 광풍이 불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올해 5월 미국 기업 채권 발행액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 등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미국 정부의 현금 부족으로 인한 변동성이 발생하기 전에 대출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활기찬 시장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투자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세계 자산 가격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문제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부채 자본 시장 책임자인 리차드 조게브도 "채권 발행이 어느 정도 가속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부채한도 협상 여파를 피하면서 좋은 시장 환경을 이용하자"는 두 조건이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는 또한 타이밍을 전후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연준이 14개월 만에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목표치인 5~5.25%로 올리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부채한도 상한 대립이 가열되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정부가 돈이 바닥나고 부채를 불이행할 위험이 있는 이른바 x-date가 이르면 6월 1일에 올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예정된 지급을 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채무불이행을 피할 것으로 널리 예상되지만,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더 광범위한 거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2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 자산 시장으로 간주되며, 다른 많은 자산 가격 결정에 전 세계가 참고하고 있다.

차입 비용을 반영한 미국 투자 등급 채권 수익률은 3월 은행권의 최고치인 5.71%에서 현재 5.5% 아래를 맴돌고 있으며 지난 가을 6% 이상의 최고치를 밑돌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미 국채에 비해 지불하는 프리미엄을 의미하는 스프레드는 이번 달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모건 스탠리의 글로벌 투자 등급 신디케이트 공동 책임자인 테디 호지슨은 "부채한도 상향과 관련해 올 여름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더해 기업들이 그 상황(채권발행)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큐리티스의 투자 등급 신디케이트 책임자인 댄 미드는 "채권 발행인들이 유리한 시장 조건을 이용해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있다"라며 기업들은 또한 "많은 이벤트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한도 협상, 미 연준 그리고 경제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5월은 종종 채권 발행이 더 많은 달이고, 3월과 4월은 발행액이 큰 2월 이후에는 떨어진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5월에 56개 기업이 투자 등급의 미국 채권 발행을 했으며, 발행 자금의 3분의 2 이상이 주로 인수 자금 조달용으로 배정되어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씨젠(Seagen)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31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시작했다.

익명의 한 채권발행사는 화이자, 석유 및 가스 그룹 오빈티브(Ovintiv) 및 하위 투자 등급의 생명과학 회사 이크비아(Iqvia)가 이번 주 채권발행을 시장의 예상보다 약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화이자, 오빈티브, 이크비아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가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채권 수익률이 높고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부채한도 협상과 같은 거시 경제적 요인보다 신용 조건과 위험 선호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투자 등급의 기업들보다 자본 시장을 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의 높은 등급의 부채 신디케이트론 글로벌 책임자인 모린 오코너는 "고전적인 경기 침체 역풍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올해 초 발행사들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부채 상한선 협상이 더 시급하게 불에 기름을 붓고 있으며 그것이 5월 많은 발행량을 보고 있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시티그룹의 조게브는 "특히 워싱턴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고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긍정적인 배경이 발행사들이 이번 주에 더 발행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말을 넘기고도 (협상이) 뒷걸음질했다고 하면 변동성이 분명히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도 한발 물러서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웰스파고의 오코너(O'Connor)는 미국의 투자 등급 시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력적"이며 "저는 부채한도 논쟁이 시장에서 '꺼진 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진정하라고 전하고 있다"라며, "그것이 단지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