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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용등급 하락 임박?…심각한 부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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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용등급 하락 임박?…심각한 부채 위기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앤드류 그리피스 영국 금융 서비스 장관은 4일 개인 정보 보호 및 기타 문제를 고려할 때 디지털 버전의 파운드화 발행 여부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앤드류 그리피스 영국 금융 서비스 장관은 4일 개인 정보 보호 및 기타 문제를 고려할 때 디지털 버전의 파운드화 발행 여부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부동산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 세계 경제 6위인 영국도 부채로 고통받고 있다.

영국이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으로 부채가 40% 이상 급증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부채 상환 비용도 크게 늘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CNN이 보도했다.

실제 영국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천문학적 재정 지출을 늘렸고, 이것은 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2020년 3월 이후 영국 부채는 40% 이상 증가해 거의 2조 6000억 파운드(3조 3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영국의 GDP의 95% 수준이다.
국가통계청(ONS)은 22일 영국 정부가 2022년 7월 부채에 대한 이자 77억 파운드(98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7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영국 정부가 지불한 부채로는 가장 높은 금액이다.

특히, 77억 파운드의 이자 지급액은 전체 회계연도 영국 국방예산의 11%에 해당하며, 이는 영국 정부가 국방보다 부채 이자 지급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눈에 띄는 대목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다른 어떤 선진국 경제보다 부채를 상환하는 데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영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고금리는 예산을 잠식하고 교육, 의료 복지 등 필수 서비스에 지원을 더 어렵게 만든다.

현재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높은 인플레이션도 차입 비용을 높이고 있다. 이는 국가 재정을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있으며 결국 영국의 신용등급을 하락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 부채는 GDP 대비 95%로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보다 높다. 더욱이 영국의 정부 부채는 인플레이션과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심각하다.

인플레이션 연동 부채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 부채액도 증가한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5%라면 인플레이션과 연동된 부채액도 5% 증가한다.

신용 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영국의 인플레이션 연동 부채는 GDP 대비 25%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이는 이탈리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영국 정부는 더 많은 이자 비용을 내야 하며 이는 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제 높은 인플레이션은 지난 회계연도에 영국 부채 상환 비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약한 경제 성장 문제를 해결해야 할 영국의 재정에 큰 타격을 입혔다.

영국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에 부채 이자에 1160억 파운드(148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보장(3410억 파운드), 보건(2450억 파운드), 교육(1310억 파운드) 뒤를 잇는 큰 규모다. 영국 정부의 부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준다.

부채가 많다는 것은 정부가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이는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미국에 이어 영국도 국가신용등급 하락하나?

영국이 정부 부채 증가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3개 주요 신용 평가 기관은 영국의 불안정한 재정 상태에 대해 신용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무디스와 S&P는 10월 20일 영국 신용등급 자료를 발표하고, 피치는 12월 1일에 이를 발표한다.

피치는 이달 초 미국 신용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미국의 GDP 대비 높은 부채 비율을 하향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피치는 영국에 대해서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의 AA- 등급에서 A 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등급이 ‘매우 높음’이 아닌 ‘높음’으로 하향될 수 있다.

국가 신용도를 반영하는 신용등급 강등은 비록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차입 비용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투자자는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국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부채 문제가 논란이 되자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어 진로를 바꾸지 않고 계속 공공 재정에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을 고수해야만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부채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CNN은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2025년 1월 치러지는 다음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소득세·법인세·소비세 등 인상과 복지·교육·의료 등 공공 서비스 등에서 지출 삭감, 국채 발행 등 비인기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의회 통과와 국민의 반발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가능하다.

3개 신용 평가사들은 영국이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의 지지 속에 정부 부채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