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정은·푸틴의 만남, 진단과 전망

공유
0

김정은·푸틴의 만남, 진단과 전망

1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연해주 기차역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전용 열차에 탑승하기 전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연해주 기차역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전용 열차에 탑승하기 전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일간의 러시아 극동 방문이 우려와 긴장 속에서 끝났다.

북한 국영 통신은 김정은의 방문을 '열렬하고 따뜻한' 것으로 묘사하며 “우정, 연대,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을 만난 푸틴은 북한 방문 초청을 수락하고 “북한을 우주로 보내겠다”라고 화답했다.

이 두 가지 언사는 방문과 회담의 성격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다. 양측이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는 말이다.

이는 UN이 정한 국제법을 명확하게 위반한 것이다.

불량국가로 낙인찍힌 국가가 불법 침략에 필요한 무기를 제공하고, UN을 비롯 국제기구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미사일 개발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두 나라 정상이 국제법과 국제 질서를 전혀 존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내외에 다시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한국은 물론 국제 질서의 조정자인 미국, UN이나 국제기구에서는 글로벌 질서 재편 과정에 두 불량국가의 행태에 대한 처리방안을 두고 본격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얻은 것들


이번 방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김정은의 첫 공식 해외 순방이었다.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 것처럼 보이는 6일간의 방문 후 17일에 러시아를 떠났다.

김정은은 평양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위해 모스크바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서방의 두려움을 충분히 자극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북한이 러시아에 122mm 곡사포와 125mm 전차 포탄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시점은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인 7월부터다.

김정은은 러시아 극동지역 순방에서 푸틴과의 상징적 소총 교환과 최첨단 무기 검사를 포함해 군사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첨단 무기공장을 견학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군사 강국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회동에서 김정은과 푸틴은 잠재적인 무기 거래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다만, AP 통신에 따르면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는 “우리는 항공기 제조 및 기타 산업에서 협력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이는 기술 주권을 달성하려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특히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북한 언론은 푸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초청을 수락했다고 주장했지만, 크렘린궁은 아직 이에 대한 합의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 11월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다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정상 사이의 구두 합의에 이은 실무진 사이의 구체 협의가 진행될 것임을 암시하는 소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서로에 만족스러운 협의가 계속되면 푸틴의 평양 방문도 2024년에 실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은둔의 독재자로 알려진 김정은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만약 푸틴이 미사일 고도화 기술을 북한에 전수한다면 북한 군부에 김정은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고,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 북한 군사력에 위기감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중국에 대해 러시아 레버리지를 갖게 됐다.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 러시아와의 군사안보 및 경제 협력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에 대해 러시아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정은은 이번 방러와 푸틴과의 만남을 계기로 북한의 군부와 주민들에게 큰 영향력을 다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강국 실현에 대한 기대감과 러시아에서 곡물과 에너지 자원을 공급받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협상 실패에서 균열이 발생했던 북한 내부에서 권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제 사회, 고강도 제재 방안 찾아야


김정은과 푸틴의 국제법 무시와 위반에 대해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제재의 실효성과는 무관하게 불법을 저지른 국가와 인물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 그냥 두면 피해도 커지고, 뒤따르는 국가와 인물도 늘어난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는 2006년부터 북한에 대북 제재 결의를 17차례 채택했다. 이 결의에는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국제연합 무기거래조약(ATT)도 위반한 것이다. 2014년 발효된 조약으로, 살상용 무기의 불법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ATT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러시아가 북한에 살상용 드론과 미사일 기술 개발을 제공하는 것도 위 두 규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법 위반에 대한 제재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를 억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제재는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난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지만, 군사 협력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재 효과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제재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왔으며, 러시아도 제재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고 있다.

제재에 신뢰를 높여줄 수 있는 새로운 제재가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할 경우 북한과 러시아의 반발이 커지고 군사 협력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푸틴이 미사일 고도화 기술을 북한에 실제 전수할지 점검이 필요하다. 푸틴이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자기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 영향력을 대신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이 기술을 습득하면 향후 양국 관계 악화 시 러시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복잡한 사정에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관계 강화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이를 억제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두 나라가 가장 아파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해야 한다. 국제 사회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관계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 무역,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조를 더 강화해 이들의 협력을 최소화하는 길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