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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650억 달러 예산 묶어 '경제 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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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650억 달러 예산 묶어 '경제 침체' 우려

독일의회에 게양된 독일 국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회에 게양된 독일 국기. 사진=로이터
EU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가진 독일이 예산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 올해와 내년 재정 지출에서 약 650억 달러를 무효화한 것이 원인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월 15일, 정부가 코로나 구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은 자금을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 활성화, 에너지 비용 지원, 컴퓨터 칩 생산에 대한 투자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독일 정부는 올해와 내년 약 650억 달러의 지출을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독일 정부는 이 결정을 두고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여파로 독일이 2023년 경제 성장률이 0.5% 감소해 최악의 주요 경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의 재정 적자 규제는 GDP 대비 0.3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독일의 부채 한도는 냉전 종식 후 독일이 통일 후 동독을 재건하는 과정에 부채가 쌓이고,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수가 감소하자 2009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했다.

그 후 수년 동안 독일은 값싼 러시아 천연가스와 자동차 및 산업 기계 수출 호황을 누리며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예산에서 균형을 유지하거나 소폭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재정 규제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좋은 제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독일은 2022년과 2023년에는 GDP 대비 각각 3.7%와 4.5%의 적자 재정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가 감소한 때문이다.

헌재에 재정 적자 범위를 넘어섰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독일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이다. CDU는 정부가 코로나 구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은 자금을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 활성화, 에너지 비용 지원, 컴퓨터 칩 생산에 대한 투자 등에 사용하는 것은 적자 재정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헌재는 CDU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의 해당 지출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독일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 확대와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인해 세수 확보가 어려워지고, 재정 지출은 증가하고 있어 재정적자 해소가 쉽지 않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거의 마무리된 내년 지출 계획을 서둘러 삭감해야 하며, 이로 인해 이미 세계에서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독일 경제가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66%로 선진 7개국 중 가장 낮다. 정부는 기후 변화 대응, 인프라 투자 등 장기적인 과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부채 발행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인 기독민주당은 부채 한도를 완화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양당의 협력을 통해 예산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양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아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마도 2025년에 예정된 다음 총선 이후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가 공장에 연료를 공급하는 값싼 천연가스를 중단한 후 기업의 에너지 비용과 가구의 생활비가 오른 상황에서 재정 지출 삭감까지 이어지면, 독일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벡 부총리는 재정 규제가 현재의 경제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재정 규제는 이런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하벡 부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녹색 기술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언급하며, EU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녹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EU는 EU의 재정 규제 때문에 이러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산 논쟁이 아이러니한 이유는 독일의 부채가 GDP의 66%로 선진 7개국 중 장기 부채가 가장 적다는 데 있다. 영국 102%, 미국 121%, 이탈리아 144%, 일본 260%와 비교할 때 아주 양호한 수준이다.

헌재가 금지한 지출은 풍력, 태양광, 수소와 같은 저렴한 재생에너지 자원에 대한 투자를 겨냥한 것으로, 일부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제한하는 잘못된 규제라며 부채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부채 한도를 완화하지 못할 경우 약 300억~400억 유로의 부족분을 다른 곳에서 충당하거나 이 부분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런 부당함 때문에 부채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일부 야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 3분의 2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국으로,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어, 독일 경제의 침체는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