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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EV 외면해 '호황'…EV 역풍 불면 '속수무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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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EV 외면해 '호황'…EV 역풍 불면 '속수무책' 딜레마

토요타 전기 스포츠카 컨셉트. 사진=한국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전기 스포츠카 컨셉트. 사진=한국토요타


토요타가 지난해 최고실적을 기록하며 일본 최초로 시총 50조엔을 돌파한 가운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HEV)에 집중한 현재의 호황이 가까운 미래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V 시장이 둔화를 딛고 다시 상승할 경우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3분기(10월~12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1조3580억엔(약 12조원)을 기록했다. 이런 폭발적 상승세로 일본 기업 최초로 시총 50조엔을 돌파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미야자키 요이치 토요타 수석 부사장은 "HEV는 탄소중립 달성에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인정받고 있다"라며 "2025년쯤에는 판매 대수가 5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요타의 이런 전략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 모델인 캠리를 HEV 모델로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올해 일본 재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에 전기차가 최대 30%의 시장 점유율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HEV와 수소 차량을 포함한 다른 유형의 차가 차지할 것이라며 “내연기관차는 반드시 남는다”라고 말했다.

HEV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성장과는 달리 EV 시장의 판매 둔화는 두드러지고 있다. S&P 글로벌모빌리티는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미 신차 등록 대수에 차지하는 HEV의 비율을 9.3%로 집계했다. 반면 EV 등록 대수는 약 7%였다. 또 자동차 정보 사이트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약 140만 대의 H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이 판매됐는데, 이에 비해 EV는 110만 대에 그쳤다. HEV는 전년 대비 63% 증가, 전기차는 51%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HEV 차량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토요타와 20%의 혼다가 고스란히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메리 바라 제네럴모터스(GM) CEO는 1월 말 결산 발표에서 “EV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에 따라 수요에 맞는 생산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가격, 미국 장거리 운전자들의 차량용 충전소 숫자에 대한 우려, 등이 판매 둔화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EV 수요에 대해 “얼리어답터들의 구매가 끝나고 초기 다수로 넘어가기 전 과도기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대중화의 길로 들어서기 직전의 공백기에 판매 둔화라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프라 부족의 해소와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차량 가격 인하가 진행된다면 판매량 둔화는 자연스레 해소된다는 견해다.

이렇게 된다면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 크게 뒤처져 있는 일본차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까지 9개월 동안 토요타와 산하 렉서스는 HEV 차량 270만대를 판매해 전체 34.7%를 차지했다. 반면 전기차는 토요타-렉서스 판매량의 약 1%만을 차지했다(약 10만4000대). 2026년까지 EV 판매량을 15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테슬라는 23년 약 180만대를 판매한 바 있다. ‘이미 대응하기에는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테파니 브링리 S&P글로벌모빌리티 어소시에이트디렉터는 “토요타의 최대 리스크는 EV에 대한 소비자 공급을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EV 보급이 다시 가속화될 경우 토요타는 경쟁력 있는 EV를 제공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