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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에 투자한 국부펀드, 천문학적 수익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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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에 투자한 국부펀드, 천문학적 수익 거뒀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들에 투자한 글로벌 국부펀드나 기업들의 수익도 덩달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들에 투자한 글로벌 국부펀드나 기업들의 수익도 덩달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활용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에 대응한 투자 시장의 변화도 눈부시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이들에 투자한 글로벌 국부펀드나 기업들의 수익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SWF에 따르면, 글로벌 국부펀드는 2022년 약 1조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글로벌 주식의 강력한 랠리와 기술주의 성장으로 11조 2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23년 기술주 투자로 2130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2023년에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결과, 최대의 가치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총 134% 이상 상승한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관련 기술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국부펀드나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은 막대한 가치 상승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캐나다 연방 연금공단은 2019년부터 엔비디아에 투자해 현재 87억 달러 규모 지분(전체 주식의 약 2.94%)을 보유 중이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도 2017년부터 투자해 66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지분을, 싱가포르 투자공사는 2018년부터 투자해 현재 42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도 2020년부터 투자해 현재 40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크게 남는 장사를 했다.

이들 국부펀드들은 AI 기술의 발전과 수요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또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 붐이 투자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부펀드만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 개별기업이 운영하는 펀드들도 AI 붐을 활용해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을 기록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소프트뱅크 투자 부문인 비전펀드가 2023년 2분기 기준 62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지만, AI 붐에 힘입어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 상승으로 투자 수익이 증가하며 2023년 4분기에 약 285억 7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2024년 1월에도 대략 66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을 이어갔다. 이는 전년 동기 약 50억 달러의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 소프트뱅크 주가는 8일 11% 급등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전펀드는 디디 글로벌, 바이트댄스, 오토스토어 홀딩스 등 AI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하며 수혜를 입었다. 반면, 이번 분기에는 위워크에 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2023년 11월 위워크가 파산 신청을 했지만, 소프트뱅크는 이미 이전 분기에 위워크 투자 손실을 대부분 처리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흑자 전환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은 ARM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에 들어가는 칩의 70% 이상에 ARM의 설계가 사용된다. ARM은 자사가 설계한 칩을 고객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주고 로열티를 받는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에 ARM을 인수했으며, 발행 주식의 약 90%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당시 ARM의 가치는 약 320억 달러였으며,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현재 가치는 약 600억~700억 달러에 달한다.

ARM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8억 24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29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평균 예상치인 매출 7억 6100만 달러, 주당순이익 25센트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ARM 주가는 7일 57.4% 급등했으며, 시가총액도 약 660억 달러에서 380억 달러 증가해 7일 장중 약 1040억 달러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의 지분 가치도 160억 달러 상승했다. 소프트뱅크는 ARM을 통해 파산한 위워크에서 잃은 금액(140억 달러)보다 더 큰 돈을 벌었다.

ARM 실적 호조의 주요 원인은 AI 붐이다. 최근 AI 칩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효율이 우수한 ARM의 칩 설계 기술이 주목받고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은 자신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AI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ARM 칩을 사용하고 있다. ARM은 일반 칩보다 더 복잡하고 고성능을 제공하는 AI칩에 더 많은 기능과 보안성을 가진 최신 아키텍처 v9를 적용했으며, 로열티 요율을 약 두 배로 올렸다. 이에 ARM은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을 8억 5000만~9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ARM의 주식을 언제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ARM 상장 후 180일 동안 주식을 판매할 수 없는 조항이 적용되어 있어 3월에 조항이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주식을 매각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거나, 더 나은 미래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본다. ARM이 AI 칩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AI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계속 증가할 수도 있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할 수도 있다.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IT 업체에 대량의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블록딜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4년에도 AI 붐이 계속된다면, ARM의 매출과 이익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소프트뱅크의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ARM의 주요 경쟁업체인 인텔과 AMD가 AI 칩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경쟁 심화로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ARM의 주요 고객인 중국 기업들이 ARM 기술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중국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은 ARM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