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 반해 이달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시사에도 불구하고 채권 수익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심지어 오는 11월 또 한 차례의 50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반영하는 등 공격적인 연준의 추가 정책 완화 기대감도 감추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12월 연준이 25bp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 연내 총 75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CNBC는 채권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채권 수익률 상승의 일정 부분은 연준 회의를 앞두고 시장이 과도한 정책 완화를 선반영한 데 따른 단순한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아문디 US의 조나단 듀엔싱 미국 채권 책임자는 "지난주 FOMC 결정과 관련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투자자들의 행태가 어느 정도 포착됐다"면서 "시장은 이미 매우 공격적인 정책 완화 사이클을 할인해 반영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또한 채권 수익률 상승의 다른 이유로 연준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의지가 있다는 점, 불안정한 미국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 및 과중한 부채와 재정적자 부담으로 인해 연준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장기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베어 스티프닝'에 주목
특히 주목할 부문은 10년물을 비롯한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반해 2년물 등 단기물 수익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 격차는 연준 회의 이후 12bp 확대되는 등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장기채 수익률이 단기채 수익률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현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이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일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위원들이 현재 노동시장 둔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데 주목했다. 이는 연준이 평소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의사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PGIM의 로버트 팁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꿨지만, 실업률이 증가하고 일자리 창출 속도는 분명히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물 수익률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위험을 시장이 인식하고 있으며 (연준이)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위험을 보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연준은 2%의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요 지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은 27일 발표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주목하는 가운데 7월 PCE 가격지수는 2.5%였고 8월에는 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정적자 부담 심화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미국의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다. 높은 차입 비용으로 인해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금융 비용이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금리를 낮추면 이러한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듀레이션이 긴 국채를 매수하는 투자자들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꺼리게 된다.
CNBC는 국채시장의 이러한 다양한 역학 관계로 투자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포트폴리오에서 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RBC 웰스 매니지먼트의 톰 개럿슨 채권 담당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경기침체 위험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은 연준이 조금 뒤처졌다는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올해 적어도 한 차례 더 50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