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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무착륙' 시나리오 재부상...월가 투자 전략 급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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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무착륙' 시나리오 재부상...월가 투자 전략 급수정

고물가 속 경기 냉각 없이 고공 행진, 소비자와 채무자 타격

미국 월가는 한동안 사라졌던 '무착륙' 시나리오가 다시 부상함에 따라 투자 전략 수정에 나섰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월가는 한동안 사라졌던 '무착륙' 시나리오가 다시 부상함에 따라 투자 전략 수정에 나섰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월가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미국 경제의 무착륙(no landing) 시나리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시각) 시장의 관심이 지난 몇 개월 동안 미국이 경기 침체 없이 연착륙(soft landing)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경착륙(hard landing)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가 이제 다시 무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착륙은 롤러코스터처럼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착륙은 경기가 고성장에서 급격한 경기 침체나 대규모 실업 사태 없이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연착륙과 경착륙은 착륙(경기 하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무착륙 시나리오는 미국 경기가 꺼지지 않고 고공 비행을 계속하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이르지 못해 고물가 상태가 유지되면서도 경제 성장을 계속하는 게 무착륙 시나리오다. 무착륙 상태에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사태가 결합하면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고, 특히 부채가 있는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

연준은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노동 시장 약화 등을 차단하려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그러나 연준의 걱정과 달리 미국 노동 시장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노동부는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4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31만 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9월 실업률은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곧 미국의 경제가 확장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가 전개되는 상황이 바로 무착륙 시나리오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무착륙과 경착륙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지난달 빅컷은 실수”라고 주장했다.

월가의 채권 투자자들은 긴급히 투자전략 수정에 나섰다. 경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등 기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시 첸 프랜디와인 글로벌 투자 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연준의 긴축 완화와 중국의 경기 부양으로 무착륙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앨리스 안드레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잠복해 있고, 노동 시장 붕괴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경제적인 모멘텀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는 곧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우회하고, 무착륙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일 오후(현지시각) 연준이 11월 6, 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은 96.2%,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3.8%로 나타났다. 9월 고용 지표가 나오기 이전인 일주일 전에는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53.3%,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46.7%로 집계됐었다.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내 추가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월가는 오는 10일 나오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2.3%로, 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