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신간 3권서 지정학 미래 분석
"트럼프 영토 확장론, 세계 영향력 경쟁에 새 변수, 미국 홀로서기 전략에 걱정 커"
"트럼프 영토 확장론, 세계 영향력 경쟁에 새 변수, 미국 홀로서기 전략에 걱정 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확장론은 "경제계와 지정학의 격동 순간일 뿐 아니라 국경 없는 세계에 대한 희망이 끝나고 영토 경계와 경제 통제에 대한 걱정이 돌아옴을 알린다"고 진단했다.
FT는 지정학적 질서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최근 나온 세 권의 책이 유라시아 초대륙을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의 지정학 경쟁과 새로운 세계 질서 형성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책은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뻗은 초대륙 유라시아를 독재 세력이 지배할 위험은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을 다시 시작하면서 분명히 높아지고 있으나, 점점 더 독재화하는 미국은 이에 맞설 뚜렷한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FT가 소개한 세 권의 책은 미국 역사학자 핼 브랜즈의 '유라시아의 세기', 중국 주재 호주 대사를 지낸 제프 라비의 '그레이트 게임 온', 워싱턴 연구기관 연구원 잭 쿠퍼의 '행운의 조수'다.
◇ 세계 질서의 지렛대, 유라시아 심장부 지배권 다툼
브랜즈는 저서에서 "유라시아는 세계 질서의 지렛대"라며 "중요한 지역을 지배하는 나라나 나라들은 비할 데 없는 자원, 부, 세계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들은 모두 20세기 초 영국 지리학자 핼포드 맥킨더 경의 '심장부 이론'과 미국 해양 전략가 알프레드 세이어 마한, 네덜란드계 미국인 정치학자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 등 지정학 이론을 바탕으로 오늘날 강대국 경쟁을 들여다본다.
브랜즈는 세계대전과 냉전이 모두 유라시아에서 민주주의 세력과 독재 세력 간 싸움을 상징했으며, 오늘날에도 "독재적인 중국이나 독재적인 축"이 "그 대륙과 맞닿은 바다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비의 책은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몽골의 지정학 경쟁을 살피면서 19세기 '그레이트 게임'과 비슷한 점을 그린다. 당시에는 러시아가 맞섰지만, 지금은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주요 경쟁자라고 분석했다.
라비는 "수천 년 동안 중국 지도자들이 자신들을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 건너편에서 온 적들에게 포위당했다고 생각했다"며 이 상처가 "국경 안정"에 대한 집착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런 전략적 어려움을 풀기 위해 신장 자치구의 엄한 내부 치안과 큰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 기반 시설 투자를 함께 써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넓히는 체계적인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라비는 중국의 이런 전략이 "거의 완전히 성공해 중국이 유라시아 중부에 새로운 영향권을 만들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피해자가 서방 세력이 아닌 러시아라고 짚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앙아시아 나라들을 중국 쪽으로 더 밀어넣었다고 분석했다.
쿠퍼의 책 '행운의 조수'는 강대국들의 역사적 흐름에서 교훈을 끌어내며, 그는 한 나라의 실제 힘뿐 아니라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대국과 그 군대는 그들의 힘이 강성해지고 약해지면서 예상할 수 있게 국방 목표, 전략 및 투자를 바꾼다"며 "미국과 중국 군대는 오늘 다시 한번 이 길을 따른다"고 말했다.
쿠퍼는 1900년대 후반 올라서던 미국이 오늘날 중국과 비슷한 해군 전술을 썼다고 짚었다. 당시 미국은 더 강한 영국에 바로 맞서기보다 자국 해안선 보호와 게릴라 전술에 집중했는데, 이는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이 미 해군에 맞서온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 미국의 새 전략적 선택 필요성 제기
브랜즈는 미국이 냉전 시대와 비슷한 실용적 접근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맞서려면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권위주의 정권들을 아우르는 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중국 축은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유럽을 중국 중심의 초대륙에서 민주적 발판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 저자의 관점은 중국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브랜즈와 쿠퍼는 베이징이 부상하는 것을 걱정하는 반면, 라비는 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미국이 중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세계 질서에서 중국의 위상"을 인정하는 "큰 타협"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비는 "유럽은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며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중국과 더 가까워져 종속 관계로 들어가게 내버려두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역 키신저 전략'을 펼쳐 러시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러시아를 다시 유럽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FT는 이 세 권의 신간을 통해 "역사적으로 미국의 참여 없이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세력 균형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단절 의사를 분명히 보였지만, 동아시아에 대한 그의 입장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FT는 "최근까지 미국은 대만 방어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지만, 트럼프는 파나마와 그린란드 같은 서반구 지역에만 관심을 보이고 대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이는 트럼프가 라비가 말한 '중국과의 큰 타협'으로 기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FT는 이어 "이러한 흐름은 미국이 서반구로 퇴각해 각자의 영향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잔혹한 독재의 사막에 둘러싸인 자유의 오아시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이제 그 원칙을 뒤집을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