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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신흥국들의 기대를 충격으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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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신흥국들의 기대를 충격으로 바꿔

관세 폭탄과 예측불가 정책에 휘청이는 개발도상국들
초기 낙관론 사라지고 다극화 세계 전환 위협받아
왼쪽부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의 관세 정책은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의 관세 정책은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사진=로이터
신흥경제국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초기 낙관론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트럼프가 세계 무대에서 일으키는 혼란이 이들 국가가 예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으며, 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는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공세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트럼프의 선거 승리 이후 유럽외교관계위원회가 2024년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응답자의 84%가 트럼프의 당선을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61%가 같은 견해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에서도 긍정적 의견이 부정적 의견보다 많았다.

많은 신흥국들은 경제적 '거래'를 통해 인권이나 다른 민감한 이슈에 대한 압박 없이 트럼프 행정부와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인도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가 인도에 유리하다며, 인권에 대한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 3월 뉴델리에서 열린 라이시나 대화에서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표출됐다. 인도 옵저버 연구재단의 선조이 조시 회장은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이 왔고, 그 보안관은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를 원한다"며 "대대적인 리셋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직 인도네시아 관리는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심지어 캐나다까지 매입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에 대해 미국이 "영토적 야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1.0과는 다르며, 우리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G20의 주요 신흥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는 공통의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지배해온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보다 온전히 반영하는 진정한 다극적 세계를 실현하고자 한다.

신흥국들의 가장 심각한 오판은 미국의 '상호적' 관세 정책이었다. 2월 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에너지 수입 확대를 약속했음에도 인도는 26%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각각 32%와 46%라는 높은 관세에 직면했다.

전 미국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 디노 패티 잘랄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하는 가장 큰 위협은 높은 관세"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주요 국가들 간 관세 전쟁이 가열되고 세계 경제가 냉각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22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전망치에서 0.5%포인트 하향 조정해 2.8%로 낮췄다.

중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안보 정책도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을 확보하려는 열망으로 트럼프가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의 합의를 추구할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재개될 위험이 있다. 최악의 경우 식량 및 에너지 위기가 다시 발생하여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신흥국들은 중국 및 다른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4월 초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사상 최초로 '투 플러스 투' 대화를 개최했으며,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도 중국과의 유사한 전략적 틀을 수립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흥국들은 서방과 중국-러시아 블록으로부터 독립된 '제3의 극'으로 자리매김할 태세를 갖춘 듯 보였으나,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난기류로 이러한 전망은 어두워졌다. 개발도상국들은 당분간 자국의 '기둥'을 세우기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