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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덴마크, 美 대사 초치…그린란드 감시 지시 보도에 외교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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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덴마크, 美 대사 초치…그린란드 감시 지시 보도에 외교 갈등 고조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부 장관. 사진=로이터
덴마크 정부가 미국 정보기관에 그린란드와 코펜하겐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 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보도와 관련해 미국 대사를 공식 초치하는 등 외교적 반발에 나섰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에 따르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부 장관은 “우리는 친구를 염탐하지 않는다”며 “보도된 내용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미국 국가정보국(DNI)에서 미국 주요 정보기관에 보내진 기밀 지시문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계획에 호응하거나 반대하는 인물들을 식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지시에는 미국 기업의 광물 자원 채굴에 대한 여론, 그리고 그린란드 독립운동에 대한 정보 수집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라스무센 장관은 6일 EU 외무장관 회의가 열린 바르샤바 현지에서 “미국 대리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사실 확인에 나설 예정”이라며 “문제의 보도 내용이 명확히 부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툴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보도 내용을 공식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을 향해 “기밀 정보를 유출하고 정파적으로 활용해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며 “법을 위반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린란드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그린란드 의회 안보위원회 위원장 피팔루크 뤼네 의원은 덴마크 방송사 DR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며 “나토가 여전히 의미 있는 동맹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린란드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덴마크 왕국에 속한 자치령이다. 국내 사안은 자체적으로 다루지만 외교 및 국방은 코펜하겐이 담당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그린란드를 군사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린란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국제 안보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린란드는 인구가 적다. 우리가 돌보고 아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코펜하겐 측의 사전 동의 없이 그린란드 주둔 미군 기지를 방문해 덴마크 정부의 통제를 비판하며 논란을 빚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 그린란드 정치인, 그리고 그린란드 주민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덴마크 정보기관 PET도 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관심 증대는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겨냥한 외국 정부의 간첩 및 영향력 시도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