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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트럼프 무역전쟁에서 '최대 패자'로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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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트럼프 무역전쟁에서 '최대 패자'로 위기 직면

"내부 무역으로 방향 전환하는 세계 경제...조직 재창조 필요"
미·중 무역 80% 감소 우려 속 "WTO는 중립 포기해야 할 시점 다가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사진=로이터
세계무역기구(WTO)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그 역할과 존재 의미의 위기에 직면했다. 미·중 경제전쟁으로 인해 양국 간 연간 7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WTO가 오히려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8일(현지 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지정학 전문가 아비슈르 프라카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과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으로 인해 자유무역 체제 수호자인 WTO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무역 환경이 장벽과 제한으로 가득 차 있어 WTO가 더 이상 세계 무역을 특정 방식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한다.

WTO가 직면한 도전은 단순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글로벌 해운을 위협하는 새로운 항만 시스템 제안을 넘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논리와 세계 각국의 대응 방식에 있다.

이제 국가들은 외부와의 교역보다 내부 무역에 중점을 두며, 동남아시아는 트럼프 정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역내 무역을 강화하고,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내부 경제 장벽 제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세계 무역이 여러 대립되는 시스템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관세를 통해 새로운 무역 지형을 구축하는 반면, 중국·일본·한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고, EU와 인도는 별도의 자유무역협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서로 다른 국가들이 주도하는 여러 무역 질서가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프라카쉬는 WTO가 직면한 과제가 '소생'이 아닌 '재창조'라고 강조한다. 이제 지정학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정부들은 성장이나 개발보다 권력과 통제의 관점에서 무역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유럽이 미국 투자를 동결하겠다고 위협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WTO가 중립을 유지할지, 아니면 편을 들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한다.

전 세계적으로 현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한때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졌던 WTO와 같은 기관들은 이제 정부들이 자국 이익에 맞춰 무역을 재정의하는 가운데 그 중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새로운 무역 환경에서 WTO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모든 국가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