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신규 실험실 구매 허가 안 해... 효율성부, 정부 신용카드 지출 한도 1달러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지출 제한 정책 때문에 환경보호국(EPA) 연구소 11곳 운영이 중단되고, 상무부에서는 계약 승인 3천 건 이상 밀리는 등 정부 기관들이 정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8개 기관에서 일하는 연방 직원 12명 이상과 나눈 대화와 워싱턴포스트가 구한 여러 내부 이메일과 문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직원들은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대화에 응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환경보호국은 트럼프 정부가 대부분 신규 실험실 구매를 허가하지 않아 연구소 11곳의 연구가 멈췄다. 이 연구소들은 환경보호국 연구개발국(ORD)이 운영하며, 대기와 수질 오염, 독성 화학물질 등 여러 환경 위협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워싱턴포스트가 구한 이메일을 보면, 한 EPA 직원은 "우리는 실험실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실험실 활동이 조직 개편 후에도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동료들에게 알렸다.
이에 EPA 대변인 몰리 바셀리우는 이메일에서 "연구개발국의 자금 지원 요청은 거부되지 않았으며, 연구개발국과 EPA는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사명을 이어가기 위해 연구와 실험실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개발국 직원 3명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에 따르면 자금 지원 요청이 공식적으로 '거부'된 적은 없지만, 실제로는 많은 요청이 심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무시됐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우리가 새로운 비용 집행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그들은 아무 응답 없이 그냥 방치했다"며 "공식적 거부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일종의 주머니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라고 말했다.
◇ 상무부 장관 개인 허가로 업무 마비... 사회보장국, 종이·펜 떨어져
상무부에서는 10만 달러(약 1억 4200만 원) 이상 모든 계약과 보조금이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의 개인 검토가 있을 때까지 미뤄지고 있다. 10만 달러 미만의 모든 계약이나 보조금도 "고위 정치 임명자" 또는 상무부 정책 담당 부실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루트닉 장관이 이 규칙을 도입한 3월 중순 이후, 지난주까지 그의 책상 위에는 요청 3천 건 이상 쌓였으며, 국립해양대기청(NOAA) 안에서만 약 250건이 루트닉 장관에게 전달됐다. 그는 그중 절반 이상을 허가했지만, 여전히 총 약 2억 3000만 달러(약 3276억 5000만 원) 규모의 국립해양대기청 계약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40년 이상 국립해양대기청에서 근무한 전 고위 연구원 크레이그 맥린은 "어디를 봐도 장관이 시행한 이 우스꽝스러운 요구 때문에 지연과 복잡함이 있다"며 이 정책이 기상 관측 풍선 발사에 쓰는 헬륨과 해양 지도 작성에 쓰는 배의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가 시행한 정부 발급 신용카드 지출 한도 1달러도 여러 기관에 혼란을 가져왔다. 사회보장국 일부 부서에서는 직원들이 몇 달 동안 전화 요금, 외국어 통역사, 기본 사무용품을 살 수 없었다.
인디애나 주의 한 현장 사무소 직원은 종이, 펜, 프린터 토너 등 기본 사무용품이 떨어져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꼭 필요할 때만 인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시간 대학 공공정책학 교수 도널드 모이니한은 "효율부의 목적이 정부가 더 잘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일하는 것을 아예 멈추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이치에 맞다"며 트럼프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부에 관료주의를 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효율부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최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바라는 만큼 효과적이지 않지만,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