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어 넘어 메디케이드·민간보험까지 확대... 체중감량제 오젬픽 등 목표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처방약 비용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미국이 내는 의약품 가격을 다른 부유한 나라들의 가격과 맞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 정책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30일 안에 가격 낮추기 목표를 제시하도록 지시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막히면, "최혜국" 가격 책정 모델을 통해 다른 부유한 나라들이 내는 가장 싼 가격으로 미국 가격을 제한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시도했으나 연방 판사가 막은 약품 가격 낮추기 방안을 다시 구상하고 더 강하게 넓힌 것이다. 특히 이전과 달리 메디케어 특정 약물에만 한정하지 않고 메디케이드와 민간보험이 다루는 약물까지 목표로 삼는다.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행정 명령을 논의하며 말했다. 이어 "나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로비, 마약 로비와 맞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야심찬 계획이나 법적 반발 예상"
미 행정부는 가격 낮추기 대상 의약품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은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제바운드(Zepbound) 등 체중 감량 약물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메디케어 체중 감량 약물 보장 제안을 거부했다.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다른 부유한 나라 사람들보다 약값을 최대 10배 더 많이 지불한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5% 미만을 차지하지만 전 세계 제약 이익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한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말했다.
보건 정책 연구 모임 KFF의 메디케어 정책 프로그램 책임자 트리샤 뉴먼은 "이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약물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훨씬 더 야심찬 일이지만, 그 파급은 훨씬 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업계가 이 제안에 모든 법적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시 NYU 랭곤 의료원의 의료 윤리 부서 책임자 아서 캐플런은 "우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페루, 이집트, 볼리비아, 라오스가 낸 값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제약회사들은 보통 어려운 처지에서 매우 가난한 나라에 큰 할인을 해주지만, 부유한 나라에는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은 "트럼프 대통령도 잘 알듯이, 그의 행정 명령은 법원에서 기각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자료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내가 곧 낼 법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약값 낮추기 행정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보인 독특한 성향을 잘 보여준다. 즉, 민주당과 목표가 많이 겹치는 상황에서도 여야 협력을 시도하기보다 혼자 나아가길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1950년대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 적은 수의 법안에 서명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