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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의 이면...임시 협상인가, 전략적 후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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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의 이면...임시 협상인가, 전략적 후퇴인가?

트럼프의 당초 계획과 달리 '145%→30%' 급격한 관세 인하 결정... 경제 현실에 직면
중국, 강경 태도 유지하며 비관세 조치 모호성... "펜타닐 구실 관세는 부당"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휴전이 진전이라고 환영하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이번 협상이 양국 관계의 재설정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유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휴전이 진전이라고 환영하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이번 협상이 양국 관계의 재설정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유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한 달 간 이어진 극심한 무역전쟁을 갑작스럽게 중단하고 90일 간의 휴전 협상을 이끌어냈다. 양국은 1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145%에서 30%로, 미국 상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를 125%에서 10%로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협상이 초강대국 간 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이 아닌 임시 유예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등의 보도를 토대로 이번 합의의 실체와 향후 전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경제 현실에 굴복한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후퇴

이번 관세 인하의 범위와 속도는 많은 시장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12일 발표를 기준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실효 무역가중 관세는 107%에서 40%로 하락했다. 이는 올해 중반까지 71%로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은행의 이전 전망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중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실효 관세도 약 25%로 떨어졌다.
사실상 전면적 무역 봉쇄에 가까웠던 상황에서 급격히 선회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이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22V 리서치의 마이클 허슨 중국 연구 책임자는 "트럼프가 시장과 경제적 압력에 직면해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초 미국 자산 시장은 주식, 채권, 통화를 포함해 급격한 매도세를 경험했으며, 주요 소매업체들은 과도한 관세로 인한 공급망 차질을 경고하며 선반이 비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더욱이 사실상의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은 4월에도 여전히 이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ING의 린 송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미국 수입업자들이 상당한 관세를 자체적으로 지불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이 많은 중국 수출품을 쉽게 대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협상이 아닌 90일의 임시 휴전

시장은 이번 합의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근본적인 무역 갈등 해소가 아닌 일시적 휴전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G20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90일간 무역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나, 2019년 5월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바 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이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기간 동안 관세를 유예하는 것은 영구적인 해결책과는 상당히 다르며, 협상 진전이 지연될 경우 관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ISEAS-Yusof Ishak Institute의 스티븐 올슨 선임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 간의 체계적인 무역 마찰은 90일 이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환율 정책과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과 같은 오랜 현안들에 대한 타협점을 찾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중국의 비관세 조치

관세 인하 합의와 별개로, 중국의 비관세 대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 상무부는 자세한 설명 없이 미국에 대한 모든 "비관세 대책"을 중단하거나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국 관영 매체 위위안 탄톈은 희토류 광물 수출 통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같은 매체는 중국이 아르헨티나 및 브라질과 계약을 체결해 콩, 옥수수 등 미국 농산물의 "대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언급한 양국 간 "구매 협정" 가능성과 모순되는 것으로, 중국이 2020년과 2021년에 미국으로부터 2000억 달러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과거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던 점을 상기시킨다.

22V 리서치의 허슨은 "미국 제품에 대한 중국의 실제 욕구는 약한 내수와 미국 의존도 감소 전략을 고려할 때 오늘날 훨씬 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강경 노선 유지하는 중국, '우세' 자신

중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이번 합의를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잘못된 접근 방식을 철저히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펜타닐 거래를 이유로 중국에 "부당하게" 관세를 부과했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진정으로 협력하기를 원한다면 중국에 대한 비방과 책임 전가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인하가 유지된다면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경기부양책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이후 중국 통화의 약세가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40% 관세의 피해를 거의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 90일 기회에 주문 쇄도

무역 휴전 소식에 미국 기업들은 중단됐던 중국 제품 주문을 서둘러 재개하고 있다. 미국 선적을 처리하는 선전 물류 회사 관리자는 "우리는 오늘 매우 바쁘다"면서 "3개월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배송을 권장한다. 트럼프는 두 달 안에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4월 수출 성장률 둔화는 일부 미국 수입업체들이 선적을 취소하거나 축소했음을 시사했으나, 이제 화주들이 90일 기간 동안 선적을 서둘러 진행함에 따라 중국 수출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우에 본사를 둔 크리스마스 장식 제조업체 직원은 "30%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안도감을 표현했다.

Xeneta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보통 3분기에 시작되는 해상 운송 성수기가 더 일찍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며, 결과적으로 운송료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미 기존 주문량이 많아 새로운 미국 고객들의 빠른 납품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의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현실 인식, 중국의 지속적인 대미 강경책, 그리고 양국 기업들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90일 후 양국이 근본적인 무역 갈등 해소에 나설지, 아니면 다시 관세 전쟁으로 돌아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