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면제의 더 신중한 정의 협상해야"... 트럼프 관세 정당화 관행 우려
분쟁해결제도·개발도상국 지위 개혁도 촉구... "미국과 함께 이뤄져야"
분쟁해결제도·개발도상국 지위 개혁도 촉구... "미국과 함께 이뤄져야"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14일 닛케이 아시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회원국들이 무엇이 실제로 국가안보 예외를 구성하는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주제 중 하나이며, 회원국들이 분쟁 해결 시스템의 개혁 과정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WTO 회원국들은 냉전 시대에 도입된 국가안보면제(National Security Exemption) 조항을 통해 WTO 규범과 모순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한 145%의 관세와 모든 무역 파트너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를 발표하면서 이 조항을 활용해 조치를 정당화했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90일간 대부분의 관세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국제무역의 심판관으로서 WTO의 위상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WTO 상소기구 판사 임명이 차단되면서 분쟁 해결 시스템이 부분적으로 마비된 상태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이러한 분쟁해결제도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를 제공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혁이 "미국과 함께, 그리고 미국과 협력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비판과 개발도상국의 과소 포용 등 그동안 손대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무총장은 또한 "개발도상국" 지위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거대한 경제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지위를 불공정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orld Bank)과 달리 WTO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들은 특별 및 차등 대우의 혜택을 받아 협정에서 특정 규율을 이행하는 것을 면제받거나 준수 일정을 연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우리는 개혁의 일환으로 1인당 GDP가 어느 정도인 국가는 도움이 필요 없으며, 특별하고 차등적인 대우를 받을 필요 없이 스스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개발도상국 지위 남용 문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 대우에 대한 접근성이지, 내가 개발도상국인지 선진국인지가 아니다. 그건 그저 이름일 뿐"이라고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WTO의 역할과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제 무역 질서의 수호자로서 WTO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WTO는 1995년 설립 이후 세계 무역 질서를 관장해왔으나, 최근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와 분쟁 해결 시스템 마비로 그 권위가 크게 도전받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의 이번 제안은 국가안보라는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보호무역 조치에 제동을 걸고, WTO의 관련성과 효과성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국가안보 면제 조항의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자국 이익을 위해 이 조항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보다 신중한 정의"에 합의하기까지는 상당한 협상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