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선박 수주 32% 급감, 조선 호황에도 '나 홀로 뒷걸음'
한국, 공격적 투자와 미국 시장 공략으로 격차 확대
한국, 공격적 투자와 미국 시장 공략으로 격차 확대

일본 조선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출 선박 신규 수주량이 62만 GT(총톤수)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나 급감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선박 수요가 폭증하는 조선 호황기임에도 일본이 제대로 된 수주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외신은 전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일본 조선업이 여전히 뛰어난 기술력과 튼튼한 재무 구조를 자랑하지만, 과거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잇따른 사업 철수로 생산 능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수주 잔량은 3.7년치 불과…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현재 2950만 GT로, 이는 약 3.7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과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본마린유나이티드(Japan Marine United)가 2024년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순이익인 1억3600만 달러(약 1901억9600만 원)를 기록한 점을 들어 아직 저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생산 능력 부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강하지만 일본 조선소들은 이를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생산 능력 한계가 일본 조선업의 앞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임을 분명히 했다.
◇ 글로벌 시장 점유율 급변… 중국 독주 속 한국의 뚜렷한 성장
글로벌 조선 시장의 판도는 이미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선박 건조 시장의 48.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한국은 28.5%, 일본은 15.6%에 머물렀다. 특히, 2024년 신규 글로벌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중국이 69%의 점유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한국이 15%를 차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 일본은 7%에 그치며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 조선업계는 현재의 글로벌 수주 호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생산 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2025년 4월 현재 무려 6억 달러(약 8391억 원)에 이르는 부유식 도크와 초대형 크레인 신설 등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손잡고 미국 내 군함과 상선 생산 협력, 생산성 향상, 기술 교류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추진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조선소들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조선 산업 부흥 노력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2024년 미국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하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했으며, 올해는 한국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함정의 정비·보수(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HD현대중공업과 HII의 전략적 협력은 미 해군의 함정 건조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양국 간 방위 산업 협력과 인력 양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의 소극적 대응과 기술 중심 전략의 한계
반면,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국 조선 기술 지원과 선박 수리 역량 제공을 제안하며 조선업을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업계 내부에서는 높은 인건비와 취약한 공급망 등의 이유로 미국 현지 투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일본 조선업계는 친환경 암모니아 추진선과 같은 차세대 선박 공동 개발에 주력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한국 조선업계는 과감한 투자와 발 빠른 글로벌 협력,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통해 생산 능력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뛰어난 기술력과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과 같은 고부가가치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생산 능력 부족과 소극적인 투자 태도로 인해 성장 잠재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일 조선업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