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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우크라 정상과 잇단 통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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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우크라 정상과 잇단 통화 예고

이스탄불 회담 결렬 후 중재 나서… 전쟁 종식 실마리 찾나
19일 푸틴-젤렌스키 순차 통화… 휴전 협상 돌파구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특사 스티브 윗코프의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특사 스티브 윗코프의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잇단 전화 통화를 예고하며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예고는 지난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회담이 러시아 측의 새로운 요구 조건 제시로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된 직후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19일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전쟁 중단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정상들과도 연쇄적으로 통화할 예정"이라며 "오늘이 생산적인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휴전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이 극도로 잔혹한 전쟁이 마침내 종식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시도는 터키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직접 대화가 난항을 겪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직접 마주 앉았지만, 휴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담 내용을 잘 아는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 협상단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동의하기 전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 모든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의 완전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지난주 걸프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평화 회담을 위해 터키를 방문할 의사를 내비쳤으나, 푸틴 대통령은 대신 협상단을 파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쟁을 끝내도록 꾸준히 압박해 왔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러시아 통신사들에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전화 대화를 준비 중이라고 확인했지만,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니아의 이스탄불 회담은 약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으며, 양측은 각각 1,000명의 전쟁 포로를 교환하는 데 합의했지만, 교환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서 러시아 무인기가 민간 버스를 공격해 승객 9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국제 사회에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명백한 민간인 학살 행위"라고 규정하며 "러시아가 살인을 멈추도록 모든 가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더 강력한 제재와 실질적인 압박 없이는 러시아가 진정한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 의혹을 부인하며 수미 지역의 군사 목표물을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또 다른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했다고 발표하며 전황의 유리함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이 앞으로도 미국 측과의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CBS 뉴스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이 러시아가 "휴전과 추가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일련의 아이디어와 요구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지점"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로마에서 기자들에게 바티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중립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CBS 인터뷰에서도 이를 수용 가능하고 관대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최소 30일 동안 지속되는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소식통에 따르면, 모스크바 협상단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자포로지아, 헤르손, 루한스크 등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병합한 지역뿐만 아니라 아직 점령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러한 러시아 측의 요구 사항이 지난달 모스크바와의 협의를 거쳐 미국이 제안한 평화 협정 초안의 조건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하며, "회담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단계로 포로 교환을 신속히 이행하고, 양측 간 추가적인 실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접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정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초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EU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프랑스 정부는 이번 주 내에 러시아 경제를 억압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미 3년 넘게 강도 높은 제재가 지속되어 온 만큼, 추가적인 제재가 러시아에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 협상에 응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단일 대오를 구축하려는 노력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로 인해 종종 어려움을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터키에서 러시아 측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권유하는가 하면, 회담 직전에는 푸틴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 없이는 평화 협상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혼선을 야기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상회담은 신중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스탄불 회담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와 미국 간의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전화 통화가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