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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숨고르기 조짐… 빅테크 조달 부담에 HBM 수요 ‘속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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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숨고르기 조짐… 빅테크 조달 부담에 HBM 수요 ‘속도 변수’

알파벳·메타 등 신규 채권 79% 가산금리 확대… 공급 과잉에 가격 소화 부담
반도체지수 고점 대비 20% 급락… "자금조달 비용 상승, 내년 CapEx 속도조절 신호"
인공지능(AI) 설비투자 확대를 지탱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선에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막대한 현금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외부 조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의 신규 채권 가격이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설비투자 확대를 지탱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선에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막대한 현금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외부 조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의 신규 채권 가격이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설비투자 확대를 지탱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선에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막대한 현금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외부 조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의 신규 채권 가격이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채권시장 수급 압박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수주잔고의 증가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는 선행 지표다. 이 때문에 한국 반도체 업계의 경계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717(현지시각) 알파벳, 메타, 아마존, 오라클 등이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발행한 대규모 채권이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시장은 이들 기업의 풍부한 사내 유보금만 주목했다. 하지만 설비투자(CapEx) 팽창 속도가 내부 현금흐름 창출력을 웃돌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을 통한 선제 자금 조달 비중을 늘려온 점이 수급 부하를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조달 비용 상승 신호는 인공지능 투자의 무조건 자산 확대 단계가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이제 본격적인 비용 대비 수익성 점검 국면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달러 시장 넘어 엔·유로화까지 노크… 신규 채권 79% 가산금리 확대


블룸버그가 17일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이들 빅테크 기업이 지난해 초부터 발행한 채권 규모는 3000억 달러(447조 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신용채권 시장인 미국 달러 시장이 이 막대한 물량을 단기간에 흡수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스위스 프랑화, 일본 엔화 등 전 세계 외화 자본시장을 동시다발적으로 찾았다. 아마존은 이달 초에만 250억 달러(37조 원) 규모의 대형 채권 발행을 강행했다.

단기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압박은 지표로 확인된다. 블룸버그가 17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발행된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중 약 79%는 첫 거래일 대비 스프레드(가산금리)가 확대됐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절대 금리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신규 채권 공급 폭탄으로 인한 스프레드 확대까지 겹치며 채권 가치는 가파르게 꺾였다. 채권 가격은 발행가 대비 평균 3.3포인트 하락했다. 총수익률 기준으로는 1.4%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위기 수준의 균열은 아니지만, 고성장 정보기술(IT) 우량 채권으로서는 이례적인 하락세다.

풍부한 순현금 속 '레버리지 전략'… 발행 다변화가 부담 요인으로


이들의 채권 발행 급증을 부실 기업의 자금난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여전히 견고한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 창출력과 순현금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채권 발행을 늘린 것은 대규모 자본지출 속도에 맞추어 저금리 통화 자산과 장기 레버리지를 활용하려는 재무 전략의 일환이었다. 문제는 채권시장 깊이가 이들의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 라스본스의 브린 존스 고정금리 부문 책임자는 1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브린 존스 책임자는 신용도 추락이나 디폴트 위험이 아니라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조정받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조달 비용 상승 자체가 기업의 투자 행태를 바꾸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 RBC 웨어 매니지먼트의 루파로 치리세리 유럽 고정금리 책임자는 1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설비투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지연되고 채권 가산금리 압박이 지속된다면 기술 부문을 넘어 자산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17일 집계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올해 북미 투자적격 등급 지수보다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장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밸류에이션 압박에 지정학 변수 겹쳐… 반도체지수 고점 대비 20% 급락


채권시장의 조달 비용 상승 압박은 주식시장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조정으로 이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며 약세장 진입 직전까지 밀렸다. 시장을 끌어내린 요인은 2층 구조로 요약된다.

첫째 요인은 펀더멘털 압박이다. 채권 가산금리 확대로 증명된 빅테크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인공지능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밸류에이션 상단을 제한했다.

둘째 요인은 지정학과 경쟁 변수의 결합이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이 상황에서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문샷의 깜짝 기술 돌파가 기존 빅테크 진영의 독점력을 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했다.

씨티그룹의 비에타 만테이 전략가는 17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시장 전반의 붕괴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비에타 만테이 전략가는 그동안 주도주였던 기술주에서 소외됐던 가치주와 경기민감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격렬한 순환매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CapEx 민감도 확산… 한국 HBM 진영 '수주 속도 조절' 경계


채권발 자금 압박과 자본지출 가이드라인의 변화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업황 민감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고리다.

골드만삭스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자본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규모가 10% 축소될 경우 차세대 메모리인 HBM의 수요 증가율은 기존 전망치 대비 약 12%포인트에서 15%포인트 가량 둔화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가시권 HBM 물량은 선행 발주와 장기 공급 계약으로 상당 부분 보호받고 있다. 투자 급감에 따른 당장의 수주 취소 가능성은 낮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빅테크의 조달 비용 상승이 장기화하면 물량 자체보다 가격 협상력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 내년 하반기 이후 차세대 노드인 HBM4 등의 추가 주문량 협상과 평균판매단가(ASP) 방어 전선에서 한국 기업들이 단가 인하 압박을 마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공지능 투자 중단이 아닌 속도 조절 리스크가 구체화되는 셈이다.

"일시적 수급 불균형"… 월가 IB, AI 인프라 슈퍼 사이클 낙관론 팽팽


채권 가산금리 확대를 둘러싼 우려와 달리, 월가 투자은행(IB) 진영은 이를 인공지능(AI) 다년도 투자 사이클에서 발생한 일시적 수급 불균형으로 진단한다. 모건스탠리가 7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8년까지 필요한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액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원만 14000억 달러(2086조 원)에 이른다.

부실 기업의 빚잔치가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자본 배분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들도 하이퍼스케일러의 기초 체력이 독보적으로 우수한 만큼 채무불이행 위험은 전무하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구글 클라우드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분기 매출 성장세가 증명하듯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실질적인 클라우드 수익으로 전환되는 초기 단계라며 시장 일각의 조기 거품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향후 주목해야 할 3가지 리스크 지표


채권시장 전문가들과 투자은행(IB) 업계는 빅테크의 자금 압박이 반도체 실물 경기로 전이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지표는 아마존과 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가 발행한 신규 채권의 유통 가산금리 밴드다. JP모건 채권 전략팀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를 보면 이 가산금리가 발행일 대비 50bp(0.5%포인트) 내외로 확대되는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빅테크의 장기 채권 발행 동력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둘째 지표는 달러 외 통화 채권 발행 비중이다. 바클레이스 신용분석팀이 작성한 자금 조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유로화와 파운드화 채권 시장에서 이들의 조달 비중이 30%를 웃돌며 다변화가 심화되는 현상은 핵심인 달러화 시장의 소화 불능 상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셋째 지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매출액 대비 자본지출(CapEx) 비율이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기술주 분석 보고서를 보면 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비율이 꺾이거나 자본지출 가이드라인 상단이 하향 조정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HBM 추가 수주와 단가 협상력이 둔화되는 선행 신호로 읽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