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 타쿠 장관 "지지자들로부터 쌀 선물 많이 받아" 발언에 여론 분노
쌀값 두 배 폭등 상황에서 부적절 발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후임 임명
쌀값 두 배 폭등 상황에서 부적절 발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후임 임명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에토 장관의 후임으로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부 장관을 농업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에토는 이시바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후 "나는 쌀 가격이 결정적인 시기에 내가 장관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이 적절한지 자문해 보았고,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총리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국민들이 치솟는 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에토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농림수산부가 7월까지 긴급 비축량에서 추가 쌀을 방출하기로 결정한 직후에 나왔다. 이번 조치는 1년 전보다 두 배로 오른 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쌀은 일본인의 주식이자 문화적으로 중요한 식품으로, 최근의 가격 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 추가 부담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자신은 쌀을 살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이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치인이 지지자들로부터 선물을 받는 관행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함께 제기되었다.
이번 논란은 올해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총리에게 새로운 정치적 위기를 안겨줬다. 이시바 내각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에토는 이시바의 내각 구성원 중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의석을 잃은 것 이외의 이유로 퇴임한 각료가 됐다.
처음에 이시바 총리는 에토 장관의 발언에도 그를 유임시키려 했으나, 정치권과 국민들의 사임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교체를 결정했다. 이번 사태는 일본 정치에서 고위 공직자의 언행이 국민 정서와 얼마나 괴리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에토 장관은 여당인 자민당의 농업 정책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2019년부터 1년간 아베 신조 총리 내각에서도 농업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의 경험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둔감한 발언이 결국 정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후임으로 지명된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부 장관은 인기 있는 정치인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환경 정책에서 개혁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고이즈미 신임 장관은 쌀 가격 안정과 농업 정책의 신뢰 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일본의 쌀 가격 급등은 농업 인구 감소, 경작지 축소, 그리고 기상 이변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식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긴급 비축미 방출 외에도 쌀 생산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 가격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검토 중이다. 고이즈미 신임 장관은 이러한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농민의 이익과 소비자의 부담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일본 정치권에서 고위 공직자의 윤리 의식과 발언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