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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월 480조 개 토큰 처리로 'AI 운영체제' 구축 선언...MS보다 5배 큰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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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월 480조 개 토큰 처리로 'AI 운영체제' 구축 선언...MS보다 5배 큰 규모

세계 모델 기반 범용 AI 도우미로 2000억 달러 검색 제국 지키기 나서
구글이 자사 AI 전략을 'AI 운영체제' 구축으로 바꾸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공세에 나섰다.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이 자사 AI 전략을 'AI 운영체제' 구축으로 바꾸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공세에 나섰다.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거대 기술 기업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25(현지시각) 벤처비트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자사 AI 전략을 'AI 운영체제' 구축으로 바꾸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에 맞서는 공세에 나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최근 열린 'I/O 2025'(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행사에서 자사가 현재 한 달에 480조 개 토큰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보다 50배 늘어난 수치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가 언급한 월 100조 개 토큰보다 거의 5배 큰 규모다. 구글은 또한 700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제미니(Gemini) API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I/O 이후 5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 세계 모델 기반 범용 AI 도우미로 판 바꾸기 노려


구글의 핵심 전략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세계 모델(World Model)' 개념에 바탕을 둔다. 하사비스는 I/O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세계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 되도록 넓히려고 애쓰고 있다""뇌가 하는 것처럼 세계의 모습을 흉내 내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경험을 상상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세계 모델은 인과관계 흉내 내기, 직관적 물리학 이해, 관찰을 통한 학습 등 세상이 돌아가는 기본 원리를 AI가 배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Genie) 2 모델이 이미 그림이나 글 지시에서 상호작용하는 2차원 게임 환경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사비스는 제미니 앱에 대해 "이를 범용 AI 도우미, 개인적이고 적극적이며 강력한 AI로 바꾸고, 인공일반지능(AGI)으로 가는 길의 주요 이정표 중 하나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쉬 우드워드 제미니 담당 임원도 "가장 개인적이고, 적극적이며, 강력한 AI 도우미"가 되는 것이 앱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AI 역량 확산도 가속화되고 있다. 버텍스 AI에서 제미니 사용량은 40배 이상 급증했으며, 제미니 2.5 모델과 아이언우드 TPU 도입으로 와트당, 달러당 성능이 향상되면서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마리너를 통해 컴퓨터 사용 기능을 크롬 브라우저에 직접 내장했으며, 이 기능을 올여름 제미니 API를 통해 더 넓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MS·오픈AI와 치열한 3파전 양상


구글의 이런 공세는 MS가 장악한 기업 시장을 정면돌파하지 않고 새로운 길로 뚫고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춘 500대 기업의 한 최고기술책임자는 벤처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오피스 365 생산성 프로그램에서 MS 지배력은 직접적인 기능 대 기능 경쟁을 통해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MS는 최근 빌드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AI를 위한 UI', 애저 AI 파운드리를 '지능을 위한 생산 라인'으로 내세우며 기업 고객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개방형 에이전트 웹' 구상을 통해 기업들이 MS 중심 틀 안에서 구글이나 다른 경쟁업체의 AI 기술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오픈AI는 월간 사용자 6억 명, 주간 사용자 8억 명을 확보해 구글 제미니 앱의 월간 사용자 4억 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검색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구글의 2000억 달러(2738000억 원) 검색 사업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광고 서비스 도입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조니 아이브의 하드웨어 회사를 65억 달러(8조9000억 원)에 사들여 아이폰이 휴대전화를 바꾼 것처럼 AI 전용 하드웨어로 시장을 뒤바꾸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세계 모델 전략이 성공한다면 사람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쓰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2000억 달러 규모의 검색 광고 엔진 보호, 미국 법무부의 독점 판결 대응, 유럽의 디지털시장법 규제 등 여러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몇 년이 AI 주도권 경쟁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세계 모델 구상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개인 맞춤 주변 지능 시대를 열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더 구체적이고 빠른 목표를 세운 경쟁사들이 시장을 뒤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