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단체 245개 기업 8700명 조사...생산성 40% 늘어난 사례도

4DWG는 2022년부터 미국·영국·브라질·포르투갈·독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 245개 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 8700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한 주 4일 근무제 시범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1년 뒤 단 20개사(전체의 10% 미만)만이 주 4일 근무제를 그만뒀다.
참여 기업들은 시범 프로그램의 성공도를 10점 만점에 평균 8.2점으로 평가했다. 매출, 결근율, 이직률 등 주요 성과 지표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다. 4DWG 수석연구원은 "주 4일 근무제가 기업들에게 큰 성과를 가져다줬다"고 밝혔다.
◇ 직원 만족도 상승과 기업 성과 개선 동시 달성
참여 직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급여 삭감 없이 주당 근무일을 하루 줄인 결과 69%가 번아웃 감소를 경험했고, 42%는 정신건강이 나아졌다고 답했다. 또 37%는 몸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특히 참여자의 13%는 "어떤 돈을 받더라도 주 5일 근무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주 4일 근무제의 핵심은 근무 시간을 20% 줄이면서도 100%의 성과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스스로 찾아냈는데, 가장 흔한 방법은 회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8월 5주 연속 금요일을 쉬는 임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해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필요 없는 회의를 줄이는 대신 얼굴을 보고 하는 대화를 늘렸다. 그 결과 시범 기간 동안 생산성이 40% 늘었고 휴가 사용은 25% 줄었다.
주 4일 근무제는 직원들이 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2023년 가을 참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창의성 평가에서 46%가 창의성이 늘었다고 답한 반면 29%는 줄었다고 했다. 조지타운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칼 뉴포트 교수는 저서 '슬로우 생산성'에서 "시간을 채우고 바쁘게 보이려는 압박감이 품질과 결과를 해친다"며 "더 적은 일을 자연스러운 속도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제조업도 공정 개선으로 효과 거둬
연구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은 회의 축소와 업무 방해 요소 제거가 주 4일 근무제 실현의 핵심이었던 사무직 업체들이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는 공정을 개선해 업무 흐름을 효율화하는 것이 주요 해결책으로 나타났다.
런던의 수제 맥주 제조업체 프레셔 드롭 브루잉 공동창업자 벤 프리먼은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업무 재조직 방안을 직원 스스로 찾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약 2개월간 모든 작업이 걸리는 시간을 재어 작업 순서를 바꾸고 새로운 작업을 기존 일정에 배치했다.
그 결과 과거 매주 월요일 아침에 하던 업무 배정 회의를 전주로 옮기고 목요일과 금요일 여유 시간을 활용해 주 준비 작업을 미리 해서 화요일에 1~2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근무 시간을 크게 줄여도 조직이 생산성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는다. 이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두 사람이 길을 걷다가 한 명이 "어, 땅에 20달러 지폐가 있네"라고 하자, 다른 사람이 "말도 안 돼. 정말 20달러가 있다면 누군가 벌써 주워갔을 거야"라고 답하는 것이다. 즉 정말 생산성을 높일 방법이 있다면 기업들이 이미 찾아서 적용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기업들이 비싼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사지 않고도 직원들의 시간과 에너지, 창의성을 활용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회의 없는 금요일', '재택근무 금요일', '격주 금요일 쉬기', '여름철 금요일 일찍 퇴근' 등의 형태로 주 5일 근무제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4DWG는 "이는 지식 기반의 기술 집약 고생산성 경제의 요구에 맞춰 근무 형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빠른 도입으로 일자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수백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사람이 더 적게 일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