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혼다는 중국 합작법인 우양 혼다를 통해 첫 전기 모터사이클 ‘E-VO’를 공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혼다는 이미 전기 스쿠터 모델을 일부 시장에 선보인 바 있지만 125cc급 이상의 모터사이클급 전기 이륜차를 정식으로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출시가 세계 최대 이륜차 제조사인 혼다가 전기화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E-VO는 최고 시속 75마일(약 121㎞)을 기록하며 카페레이서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는 4.1kWh 듀얼팩과 6.2kWh 트리플팩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며 트리플팩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국제표준주행모드(WMTC) 기준 170㎞(약 105마일)에 이른다. 충전 시간은 일반 전원에서 약 2.5시간, 레벨2(L2) 충전기 이용 시 약 90분이 소요된다. 다만 테슬라 차량이나 일부 고급 전기 오토바이와 달리 DC 고속충전은 지원되지 않는다.
전기 모터는 최고 출력 15.3kW(약 20마력)로 정지 상태에서도 최대 토크를 즉각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 도심 주행에서는 일반 내연기관 모터사이클보다 우수한 반응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탑재된 편의 기능도 눈에 띈다. 7인치 TFT 계기판과 함께 내비게이션, 음악 재생, 타이어 공기압, 배터리 상태 등을 표시하는 별도의 보조 디스플레이가 제공된다. 소형 배터리 모델은 전방 블랙박스를, 대형 배터리 모델은 전·후방 블랙박스를 기본 탑재했다.
판매 가격은 중국 내수 기준으로 4.1kWh 모델이 2만9999위안(약 620만원), 6.2kWh 모델은 3만6999위안(약 700만원) 수준이다.
혼다의 이같은 행보는 경쟁 이륜차 제조사들이 전기 모터사이클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것과 대비된다.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2019년 전기 모터사이클 ‘라이브와이어’를 양산했고 BMW 모토라드는 ‘CE 04’ 모델을 통해 전기 이륜차 시장에 진입했다. KTM과 허스크바나는 전기 오프로드 바이크를 판매 중이며 같은 일본의 야마하와 가와사키도 양산형 시제품을 공개한 상태다.
이와 달리 혼다는 수년간 전기 이륜차 관련 컨셉 모델만 공개해 왔고 실제 양산은 미뤄왔던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일렉트렉은 “혼다 브랜드를 단 전기 바이크들이 매년 모터쇼 무대를 떠돌았지만 매장에 전시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E-VO는 혼다의 첫 실제 판매 모델이자 전기화 전략 전환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모델이 중국 시장 전용으로 우선 출시된 점은 급성장 중인 중국 및 동남아 전기 이륜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혼다는 기존 내연기관 기반 오토바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왔지만 전기 이륜차 부문에서는 NIU, 야디, 호르윈 등 중국 토종 전기 브랜드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렉트렉은 “이 모델이 미국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은 낮지만 북미 이륜차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혼다 E-VO 같은 경량, 저가형 전기 모터사이클이 꼭 필요하다”며 “혼다의 본격적인 전기화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