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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트럼프 5조 달러 세금 법안을 '역겨운 혐오'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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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트럼프 5조 달러 세금 법안을 '역겨운 혐오' 맹비난

백악관 떠난 지 5일 만에 공개 비판...공화당 상원 내부 반발로 법안 통과 위기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를 떠난 직후 세금 법안을 두고 비난을 쏟아냈다. 사진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사이가 좋았을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를 떠난 직후 세금 법안을 두고 비난을 쏟아냈다. 사진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사이가 좋았을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 최대 후원자였던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세금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백악관과 결별을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4(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를 갑자기 떠난 지 5일 만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서 이 같은 맹비난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지난 3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의 세금 법안을 "거대하고 터무니없고 돼지고기로 가득 찬 의회 지출 법안"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그것에 투표한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당신은 당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도 알잖아"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또 "미안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썼다.

이번 갈등은 트럼프가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오는 74일까지 통과시키겠다는 시한을 정한 중요한 시기에 터졌다. 이 법안은 지난달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으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규정하고 미국 경제 방향을 정할 핵심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5조 달러 부채 한도 늘리는 법안에 공화당 내부 반발
문제가 된 법안은 세금 감면과 사회복지 지출 삭감을 골자로 하면서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금액 한도를 5조 달러(6895조 원) 늘리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을 두고 재정 보수주의 성향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화당이 상원을 5347로 장악하고 있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3명 이상이 반대할 경우 지출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확고한 재정 보수주의자인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5조 달러 부채 한도 증액 조항을 문제 삼았고, 위스콘신의 론 존슨, 유타의 마이크 리, 플로리다의 릭 스콧 등도 더 큰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메인주의 수잔 콜린스,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스키, 미주리주의 조쉬 홀리를 포함한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정부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 삭감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발언 몇 시간 전인 지난 3일 아침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서 랜드 폴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랜드 폴은 BBB(법안 약칭)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다가오는 엄청난 성장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BBB는 큰 승자다"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통령 의견 변함없어"...머스크 "사업에 역풍" 토로

머스크의 비판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미 일론 머스크가 이 법안에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알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의 의견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며, 대통령은 그것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머스크의 개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비판자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폴 의원은 머스크의 의견에 동의하며 "우리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고, 리 의원은 "상원이 이 법안을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백악관과의 갈등이 고조된 지 5일 만에 나온 것으로, 그는 관세 정책을 비판하고 미국 예산에서 1조 달러(1379조 원) 삭감을 위한 자신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머스크의 비용 절감 조직인 이른바 '정부 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다양성 프로그램 관련 계약과 NPR, PBS 등에 10억 달러(13790억 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끊는 소규모 삭감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머스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25000만 달러(3447억 원) 이상을 지원했지만, 최근 백악관 개입이 그의 사업에 "역풍"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마가 후보에 대한 지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3일에는 내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원들이 투표로 퇴임할 것을 촉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머스크는 지난주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 행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궁지에 몰렸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