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 “일론 머스크가 이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괴물’이라고 비판한 데 동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감세·지출삭감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적자를 2조4000억달러(약 3300조원) 증가시키고 건강보험 미가입자를 1090만명 더 늘릴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처(CBO)의 분석이 나왔다고 AP통신이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공화당이 ‘원 빅 뷰티풀 빌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법안은 약 3조7500억달러(약 5170조원) 규모의 감세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임기 중 도입한 개인소득세 감면을 연장하고 팁에 대한 면세조항 등 새 공약을 반영한 것이다.
CBO는 감세분 일부는 1조3000억달러(약 1790조원)의 연방 지출 삭감으로 상쇄된다고 설명했지만 그 대부분이 의료보장(Medicaid)과 식량지원 프로그램에서의 축소로 이뤄져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비장애 성인에 대한 근로요건 도입 등으로 인해 520만명을 포함해 총 780만명이 건강보험을 상실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불법체류 상태에서 주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던 140만명도 보험 혜택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또 병원 운영비 확보를 위해 일부 주에서 활용되던 의료기관세 폐지로 약 40만명이 추가로 보험을 잃게 된다고 CBO는 분석했다.
연방의회 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 브렌던 보일 의원은 “일론 머스크가 이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괴물’이라고 비판한 데 동의한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머스크는 최근 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을 파산시키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법안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측은 법안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예산 낭비를 줄이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백악관 회의 직후 “우리는 미국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들은 그냥 미국의 건강보험을 목 조르려는 것”이라며 공화당의 의도를 정면 비판했다.
식량지원 제도인 ‘스냅(SNAP)’ 관련 조항도 논란이다. 이 법안은 고령자와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에 대해서도 근로요건을 부과하고 일부 수급자에 대한 지원액을 2034년까지 매달 평균 15달러(약 2만원) 줄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CBO는 이로 인해 약 400만명의 수혜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CBO의 분석에 앞서 공화당은 미리 예산처의 추계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튠 대표는 “CBO는 2017년 감세 효과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도 수입 증가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했다.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도 “기존 세금 감면 조치가 단순 연장되는 것이므로 실제로는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지출 삭감으로만도 10년간 1조4000억달러(약 1930조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트 국장은 오히려 “CBO가 비용 계산에 있어서 꼼수를 썼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보트 국장이 옳다”며 “이 법안은 적자를 줄이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SNS에 올렸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서명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하원에서는 지난달 단 1표 차이로 통과됐고 현재 상원에서 수정 논의를 거치는 중이다.
법안에는 국경 보안과 추방 예산 확대, 국가안보를 위한 3500억달러(약 483조원) 지출과 함께 국가 부채 한도를 4조달러(약 5520조원) 증액하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
CBO는 1974년 설립돼 275명의 전문가가 재정·경제 분석을 수행하는 독립기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