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투자 축소 불가피... 중국 신약개발 점유율 4%→27% 급증

보고서는 "기업들이 실제로 연구개발 지출을 보류할 것이며, 이 부문의 혁신 능력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의 값싼 의약품에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약 70%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은 약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전 세계 의약품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약 5%에 불과하다. 미국은 현재 다른 선진국이 의약품에 지불하는 비용의 약 3배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중기적으로 가격이 비슷해진다면 미국 가격은 40% 하락하는 반면 나머지 국가 가격은 80%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달러 기준으로 이는 미국이 의약품에 900억 달러(약 122조4700억 원)를 덜 지출한다는 뜻이다.
◇ 가격 인하 실현 가능성 낮아...중개인 제거 정책에 주목
ING은행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약가를 낮추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더 낮은 가격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며 "많은 제약회사들의 주가가 초기 하락 후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는 시장이 가격 하락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행정부가 해외에서 더 많은 의약품을 수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국내 의약품 제조를 장려하려고 관세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관세는 수입 증가 가능성을 낮추고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며 "단기적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명령이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중개인'을 제거하겠다는 행정부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행정부가 "중개인을 없애고 가장 유리한 국가 가격으로 미국 시민에게 직접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는 약국급여관리자(PBM)의 사업 모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가치 사슬의 중간에 마진 압박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에 제안된 26% 예산 삭감(330억 달러·약 44조8000억 원 상당)도 제약업계 혁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분야 예산 삭감으로 새로운 연구 이니셔티브에 수여되는 보조금이 줄어들 예정이다. 상업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보조금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분야다.
관세와 공급망 차질을 둘러싼 현재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및 연구개발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비용이 증가하고 모든 것이 가격으로 전달될 수 없게 되면서 제약 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고려하게 되고, 연구개발이 첫 번째 삭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신약개발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신약에 대한 세계 파이프라인 기여도 측면에서 점유율이 2014년 약 4%에서 2024년 27%로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해서 불확실성을 조성한다면, 미국은 피하고 싶었던 바로 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