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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부채, 국내총생산의 120% 넘어...정치권, 재정 위기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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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부채, 국내총생산의 120% 넘어...정치권, 재정 위기 외면

"2024년 예산적자, 국내총생산의 6.4%...미국 경제 신뢰 흔들려"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돌파한 가운데, 월가는 3년 내 경제 심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방비를 추월했으며, '묻지마 지출 법안' 또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돌파한 가운데, 월가는 "3년 내 경제 심장마비"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방비를 추월했으며, '묻지마 지출 법안' 또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와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7(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2024년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적자가 국내총생산의 6.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신뢰할 만한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5년 안에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7%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의 120%를 웃돌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55월 기준 미국 정부 부채는 362200억 달러에 이른다. 로고프 교수는 "이처럼 높은 부채와 재정의 경직성은 큰 충격이 닥칠 때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이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재정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감세와 지출 확대 반복...이자 부담도 국방비 앞질러

미국의 부채가 늘어난 데에는 1980년대 이후 반복된 감세 정책의 영향이 크다. 로고프 교수는 "감세는 21세기 들어 미국 부채를 늘리는 데 가장 많이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 세금 법안이 10년 동안 24억 달러의 부채를 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대에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실질 이자율이 거의 0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2%를 넘는다. 2024년 미국의 부채 이자 비용은 9500억 달러(12934200억 원)을 넘어 국방비(8741억 달러)를 앞질렀다. 이자 비용은 연방 세입의 약 18%에 이르며, 2년 전보다 거의 두 배로 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치권은 양당 모두 재정 건전성보다 감세와 지출 확대에 집중해 왔다. 로고프 교수는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마지막으로 예산 균형을 맞춘 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더 큰 적자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달러 위상 약화 우려...시장 신뢰 약해질 수도

지정학적 긴장, 세계 무역의 분열, 군사비 지출 증가, 인공지능과 포퓰리즘의 확산 등 여러 요인이 미국의 부채를 늘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이 달러에서 벗어나고, 유럽이 군비를 늘리며,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자리를 넓히는 것도 미국 달러의 위상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이처럼 늘어나도 당장 위기가 닥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금리가 더 오르거나, 시장 신뢰가 약해지면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미국 경제와 달러의 국제적 지위가 앞으로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