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와 공개 결별한 일론 머스크, 민주당·공화당 모두서 '정치적 고립'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와 공개 결별한 일론 머스크, 민주당·공화당 모두서 '정치적 고립'

머스크, 민주당 "당에 설 자리 없다"·공화당 "선출된 적 없는 억만장자" 비난
일론 머스크가 2025년 5월 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황금 열쇠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가 2025년 5월 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황금 열쇠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 정치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갈등이 심화되자 머스크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정치적 고립'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7(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비판하고, 머스크는 트럼프가 엡스테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엡스테인 파일에 트럼프의 이름이 있다"고 주장했다. 엡스테인 파일은 미국 금융가 제프리 엡스테인이 미성년자 성착취 등 범죄 혐의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뒤, 그와 교류했던 각계 유명인사와 권력자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법적 기록과 진술서다. 머스크는 구체적 증거는 내놓지 않았지만, 이 주장으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파격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이런 머스크의 발언은 미국 정치권에서 '정치적 자살'로 받아들여지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정치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강하게 나온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머스크가 당에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보 코커스 의장 그렉 카사르(민주당-텍사스)는 지난 7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당내 복귀를 환영하면 민주당이 더 많은 노동계급 지지층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카사르는 "일론 머스크처럼 억만장자 악당을 불러내는 것이 효과가 있다면, 그런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거리두고 있다. 재러드 허프먼(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머스크가 말하는 일부에 동의할 수 있지만, 그를 받아들이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는 미치광이다"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민주당-뉴욕) 하원의원은 "나는 공공장소에서 나치 경례를 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지 라티머(민주당-뉴욕) 하원의원은 "일론 머스크가 연방정부의 모든 것이 형편없고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나는 그런 생각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 카나(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를 견제하려면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을 동원해야 한다"며 머스크의 비판을 일부 인정하지만, "머스크는 DOGE에서의 업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나는 머스크가 트럼프의 궤도에서 가졌던 명성과 병행하여 "민주당에서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리치 토레스(민주당-뉴욕) 하원의원은 "머스크가 연방정부를 무너뜨린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며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너무 변덕스러워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머스크와의 거리두기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민주당-뉴욕)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는 "머스크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머스크가 25000만 달러(3400억 원)를 쓰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민주당-캘리포니아)"민주당이 머스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재러드 모스코위츠(민주당-플로리다) 하원의원은 "머스크가 우리 무리에 다시 올 필요는 없으며, 머스크가 결국 그들(공화당이나 트럼프 진영)의 표를 갈라놓는 역할을 한다면, 그건 우리(민주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머스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의 주요 법안을 비판하자 "엘론이 미치기 시작했다"며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의회 공화당 의원들도 머스크의 발언을 "정말 유치하고 우스꽝스럽다"고 반응했다. 제프 밴 드류(공화당-뉴저지) 하원의원은 "아무도 일론 머스크를 선출하지 않았다. 양쪽 모두에서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케빈 헌(공화당-오클라) 하원의원은 "트윗이 올라갈 때마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하고, 머스크는 호의를 잃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트럼프와 결별로 '정치적 고립' 심화


머스크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역겨운 혐오감"이라고 비판하고, 트럼프가 엡스테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엡스테인 파일에 이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머스크 역시 스페이스X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용 로켓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맞대응했다. 머스크는 "트럼프는 나 없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었다""내가 25000만 달러를 투자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51석 대 49석으로 근소하게 앞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이런 행동은 공화당 내에서도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머스크가 예비선거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트럼프의 지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머스크, '아메리카 파티' 창당 제안... 정치적 영향력 확대 시도


머스크는 트럼프와 결별한 뒤 자신의 X 계정에서 "미국 중도층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 창당"을 제안하는 설문을 올렸다. 응답자의 80%가 찬성했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머스크는 이를 "운명"이라고 평가하며, 팬이 제안한 '아메리카 파티'라는 이름을 지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새로운 정당이 전국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각 주별로 후보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는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든다.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미 전국적으로 후보 등록 절차를 갖추고 있어 새로운 정당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 머스크 정치적 행보, 미국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


머스크와 트럼프의 공개적 결별은 미국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정치적 고립'을 겪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머스크가 앞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트럼프와 결별한 뒤 새로운 정당 창당을 제안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실제로 새로운 정당이 전국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머스크를 정치적으로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정치적 입지는 당분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