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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멕시코만’ 대신 ‘아메리카만’ 고집…美 항소심 “AP통신 기자 출입금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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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멕시코만’ 대신 ‘아메리카만’ 고집…美 항소심 “AP통신 기자 출입금지 정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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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 기자를 자의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는 연방 항소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각)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백악관이 특정 언론의 ‘관점’에 따라 백악관 집무실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등 제한 구역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전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AP통신이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당시 백악관은 AP가 트럼프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취재단 출입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이제부터 이 해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불러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2대 1의 의견으로 “오벌 오피스나 에어포스원 등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적 포럼이 아니며 대통령은 누구에게 접근을 허용할지에 대해 관점에 따라 재량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가 임명한 네오미 라오, 그레고리 카차스 판사가 다수 의견을 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코넬리아 필라드 판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

라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폭스뉴스의 로라 잉그레이엄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해서 MSNBC의 레이철 매도우와도 반드시 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대통령의 선택을 수정헌법 제1조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필라드 판사는 반대 의견에서 “관점에 따른 배제가 허용된다면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정권이 싫어할 만한 보도를 내놓는 데 항상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수정헌법 제1조의 핵심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AP에 대한 오늘의 큰 승리”라면서 “그들은 ‘아메리카만’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짜뉴스!”라며 자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X에 “수천 명의 기자들이 대통령을 가까이서 취재하지 못했는데 AP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며 “우리는 전통 언론이 아닌 새로운 매체들에게 더 많은 접근권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리고 AP, 여전히 그건 ‘아메리카만’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웃는 이모지와 성조기를 덧붙였다.

AP통신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심 판결에 실망했다”며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AP가 대통령 집무실과 공식 행사에 출입하지 못하게 되자 백악관 비서실장 수전 와일스, 수석부비서실장 테일러 부도위치,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앞서 1심 법원은 “백악관이 특정 언론을 관점에 따라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 본안 심리가 진행되기 전 잠정적으로 1심 결정을 중단시키는 효력을 지닌다.

미국에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라는 명칭은 16세기부터 사용돼 왔으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에서도 표준 지명으로 인정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