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입사 직후 경험만 쌓은 뒤 사모펀드(PE) 등으로 이직하는 미국 금융권의 관행에 제동을 건 조치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각) 경제 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JP모건은 미국 사업장에서 일하는 신입 애널리스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입사 전에 다른 회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했거나 입사 후 18개월 이내에 타사와 입사 약속을 맺을 경우 해고 통보와 함께 고용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이메일은 필리포 고리와 존 시몬스 글로벌 뱅킹 공동 대표 명의로 발송됐으며 “회사의 성공을 위해 전적인 집중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금융권의 신입 애널리스트들이 입사 전부터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와 이직 일정을 미리 조율하는 관행을 겨냥한 것이라고 포춘은 전했다.
미국에서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에 입사해 짧은 기간 경력을 쌓은 뒤 더 많은 연봉과 권한을 보장하는 사모펀드로 이직하는 경로가 고정된 커리어 루트처럼 자리잡아 왔다. 이를 위해 입사 전부터 사모펀드 업체와 사전 계약을 맺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대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대학생 대상 강연에서 “JP모건에 입사하면서 동시에 다른 회사와 이미 일할 계약을 맺은 건 윤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런 행동은 우리를 곤란하고 충돌적인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며 “JP모건의 기밀 정보를 다루게 되는 입장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경고성 이메일은 미국 내 신입 애널리스트에게만 발송됐다. 포춘은 “이 문제는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미국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JP모건은 직원 유지 차원에서 애널리스트가 어소시에이트로 승진할 수 있는 기간도 기존 3년에서 2년 반으로 단축했다.
한편, 미국 명문대 출신 졸업자들 사이에서는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직장 계약을 확보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고 포춘은 보도했다. 대형 은행에 입사해 기본기를 다지고 곧바로 사모폰드 등으로 이직하는 경로가 ‘정석’처럼 여겨지면서 일부 은행은 전공도 정하기 전부터 채용을 시작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구조에 대해 다이먼은 “결국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당신이 상대방 입장이었다면 이런 방식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