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매출 비중 90% 육박…게임 회사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완벽 변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원스톱' 제공…경쟁사 넘기 힘든 '기술 해자' 구축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원스톱' 제공…경쟁사 넘기 힘든 '기술 해자' 구축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최근 실적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센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이르렀으나, 게임 부문은 9% 미만에 그쳤다.
◇ 데이터를 '지능'으로…'지능 제조 공장'의 등장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지능'으로 가공하는 '지능 제조 공장'이다.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모델의 학습, 미세조정, 추론 같은 개발 전 과정을 통합 처리하도록 최적화한 시설이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차세대 AI 기반 시설을 직접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 곳곳에서 AI 팩토리 약 100곳이 들어서고 있다.
이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운영하는 범용 서버 시설과는 다르다. 엔비디아의 AI 팩토리는 대규모 GPU 클러스터와 초고속 통신망, 관리 소프트웨어까지 결합해 AI 연산에만 집중하는 고도로 전문화한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풀스택' 전략, 넘볼 수 없는 '기술 해자'가 되다
엔비디아의 진짜 경쟁력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에서 나온다. 병렬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를 중심으로 100개가 넘는 틀(프레임워크)을 제공하는 'AI 엔터프라이즈'와 운영 관리 소프트웨어 '미션 컨트롤'까지 한 번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경쟁사인 AMD나 인텔이 넘보기 힘든 진입장벽을 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의 이언 벅 가속 컴퓨팅 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회의에서 "이것이 바로 엔비디아가 모든 AI 회사와 협력해 우리 플랫폼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AI 시장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경쟁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팩토리를 전기나 클라우드처럼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될 '산업 기반 시설'로 규정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다음 해에 한층 더 발전된 버전을 예고하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회사 성공의 바탕이었던 게임 사업의 성장 방식을 AI 하드웨어에 복제하려는 시도다. 해마다 새로운 GPU를 내놓으며 시장의 교체 수요를 이끌었던 것처럼, 차세대 AI 가속기를 꾸준히 선보여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시장 지배력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비트코인 채굴 열풍 당시 자사 제품이 핵심 도구였듯, AI 혁명에서도 같은 성공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