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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동률 40% 中 LNG 터미널, '수요 없는 붐'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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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동률 40% 中 LNG 터미널, '수요 없는 붐'의 역설

2억4500만 톤 증설 계획에도 경기 둔화·대체에너지에 수요 '꽁꽁'
투자금 회수 지연·구조조정 압박…국제 공급망 재편 파장
중국 동부 연안의 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중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정책에 따라 터미널 건설 붐을 주도했지만, 최근 경기 둔화와 대체에너지 부상으로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로 건설된 터미널 대부분이 40~50%의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며 '수요 없는 붐'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동부 연안의 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중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정책에 따라 터미널 건설 붐을 주도했지만, 최근 경기 둔화와 대체에너지 부상으로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로 건설된 터미널 대부분이 40~50%의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며 '수요 없는 붐'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액화천연가스(LNG) 기반시설이 수요를 웃돌며 빠르게 늘어나자, 가동률 하락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친환경 정책을 펴기 위해 야심 차게 터미널을 늘렸지만, 정작 LNG 소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설비가 놀고 있다고 업스트림 온라인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은 수년간 가스 수요가 급증하리라는 밝은 전망에 따라 LNG 인수 터미널 같은 관련 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늘렸다. 석탄 위주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고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LNG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국가 전략이 배경이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 2060' 목표를 내걸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결정타였다.

◇ 낙관론 꺾은 '수요 절벽'


하지만 경기 성장세가 꺾이고 값싼 대체 에너지원이 떠오르는 암초를 만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코로나19 후유증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산업용 에너지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석탄 가격이 내려가면서 LNG의 자리가 좁아졌다. 유럽 에너지 위기 뒤 국제 LNG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점도 수요를 움츠러들게 했다. LNG 소비가 줄면서 크게 늘어난 도입 설비와 실제 수요의 차이가 벌어지자 터미널 가동률도 지속해서 떨어졌다.

중국의 LNG 인수 설비 용량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가 넘는 한 해 2억 450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LNG 수입량은 7760만 톤에 그쳤다. 중국국가석유가스관망공사(파이프차이나)의 리웨이 관계자는 대부분 터미널의 가동률이 40~50%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 업계는 '돈맥경화'…국제 시장도 '촉각'


터미널 과잉 문제는 업계 전반에 구조적인 위험을 부르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 회수가 늦어져 자산이 부실해질 우려가 커졌고,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인수합병 같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변화는 국제 시장에도 직접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구매자들이 장기계약보다 단기 현물거래를 늘리자 카타르, 미국 같은 주요 공급국들은 수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처지에 놓여 한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와 정부의 비효율 터미널 정리, 에너지 정책 방향이 시장의 흐름을 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