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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미국 관세 폭탄 앞두고 경기부양책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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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미국 관세 폭탄 앞두고 경기부양책 총동원

90일 유예 종료 앞두고 인니·태국·말레이시아 등 대규모 지원 패키지 발표
"세계적 경제위기" 경고 속 재정·통화 정책 총동원…부작용 우려도
인도네시아는 현금 지원금과 쌀을 제공하는 15억 달러 규모의 경제 원조 패키지를 승인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는 현금 지원금과 쌀을 제공하는 15억 달러 규모의 경제 원조 패키지를 승인했다. 사진=로이터
동남아시아 각국이 미국의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한 90일 유예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이 "경제 방어전"에 나선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부는 10일까지 24조 4,400억 루피아(15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 무상 급식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306조 루피아의 지출을 삭감하기로 했던 계획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지원 패키지는 직접적인 현금 지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월과 7월에는 대부분 저소득층인 약 1,800만 명이 30만 루피아의 현금 지원금과 매월 쌀 10kg을 받게 된다. 또한, 기차 요금 30% 인하를 포함해 대중교통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스리 물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목표는 국민의 구매력을 유지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이전 재정 긴축 조치의 영향으로 1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87% 성장에 그쳐 2021년 7월~9월 분기 이후 가장 약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공무원들의 정부 행사와 출장이 대폭 축소되면서 수도 자카르타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이전 90% 이상에서 크게 떨어졌다. 공공사업 프로젝트 예산도 급격히 축소되고 유료 도로 건설 계획도 연기됐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경기 둔화를 가속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32%의 "호혜적" 관세에 직면해 있다. 재무장관은 재정 지출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이 약 5%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국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팻통탄 시나왓 태국 총리는 5월 중순 "이것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라고 경고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태국 내각은 그 달에 1,570억 밧(48억 1,000만 달러)의 지출을 승인했다. 이 자금은 관광지 개발과 철도 및 도로 같은 기반시설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경기부양책 자금 확보를 위해 태국 정부는 각 국민에게 10,000밧을 분배하는 프로그램을 부분적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또한, 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채무 구조조정 등 다른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5월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중소기업을 위한 15억 링깃(3억 5,400만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저금리 금융과 정부 대출 보증이 포함된다.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으로 동참하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4월에 금리를 인하했으며, 시장에서는 5월 19일 차기 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필리핀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해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미달했다.

베트남은 부가가치세 인하 종료를 6월 말부터 1년 반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장으로 인한 세수 감소 우려가 있지만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재정·통화 부양책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도쿄 고쿠시칸 대학의 스케가와 세이야 교수는 "자금이 도시 지역의 부동산과 주식에 집중될 것이며, 자산 가치 상승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를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케가와 교수는 또한 느슨한 재정 규율로 인한 지출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통화가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수입 인플레이션이 가계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태국의 가계 부채는 GDP의 90%에 육박하고 있어 경기부양책이 부채를 더욱 증가시켜 국가의 정책 여지를 제한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동남아시아는 또한 중국에서 생산되는 값싼 제품의 유력한 목적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수입품 대량 유입으로 인한 가격 경쟁에 노출된 중소기업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국이 발표한 경기부양책이 미국 관세의 충격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