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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자사주 매입 835억 달러로 기록 경신...성장 투자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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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자사주 매입 835억 달러로 기록 경신...성장 투자 부족 우려

올해 5개월간 전년 대비 20% 증가...이익 감소 예상에도 주주환원 급증
전문가들 "R&D·설비투자 대신 자사주 매입은 한계" 성장전략 부재 지적
일본 공장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Fanuc)은 현재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공장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Fanuc)은 현재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일본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올해 들어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무역 압박으로 이익 감소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주주 수익률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1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상장기업들이 설정한 자사주 매입 한도는 12조1000억 엔(약 83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해 5개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전체 자사주 매입 계획의 거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약 4000개 조사 대상 기업 중 785개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으며, 이 수치 역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90개 기업이 2026년 3월 종료 회계연도 순이익 감소를 예상하면서도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는 2024 회계연도 시작 대비 10% 증가한 수치로 2007 회계연도 이후 최고치다.

도쿄증권거래소(TSE) 프라임 시장 상장기업들의 총 순이익은 이번 회계연도에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6년 만의 첫 감소다. 그럼에도 자사주 매입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미쓰비시 상사는 지난 4월 최대 1조 엔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는데,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연간 순이익이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에츠 케미컬과 공장 로봇 제조업체 화낙도 각각 최대 5000억 엔과 500억 엔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두 회사 모두 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이익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사주 매입 확산의 배경에는 TSE와 투자자들의 자본수익률 개선 압박이 있다. 거래소는 기업들에 자본 비용과 주식 가치를 고려한 사업 관리와 관련 노력의 진행 상황 공개를 지시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도 강화되어 올해 기록적인 50개 기업이 주주 제안서를 받았다고 미쓰비시 UFJ 트러스트 앤 뱅킹이 집계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축적된 풍부한 자금도 자사주 매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TSE 프라임 기업들은 3월 말 현재 총 112조 엔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2007 회계연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에 참여하는 기업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약 50%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이고 있으며, 사료 제조업체 추부 시료와 화학 공급업체 칼리트 등 중소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자사주 매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들은 지난 5월 일본 상장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다른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며 자사주 매입과는 별개로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와 R&D 투자는 지난 10년간 매출 대비 각각 6%와 3%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성장전략 부족과 적극적 자금 배분 의지 부족을 보여준다. 투자자들도 자사주 매입에만 의존하는 기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사주 매입 발표 후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