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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엔 3년 보장, 우린 왜 안되나"…유니레버, 코트디부아르 매각에 '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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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엔 3년 보장, 우린 왜 안되나"…유니레버, 코트디부아르 매각에 '차별' 논란

유니레버 "주식 매각일 뿐, 고용 유지돼 퇴직금 무관"
노동자들 "단체협약 위반…핵심사업 빠져 고용불안 심각"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있는 유니레버 공장. 유니레버는 현지 법인 매각을 둘러싸고 퇴직금 보장 문제와 유럽과의 '차별 대우'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있는 유니레버 공장. 유니레버는 현지 법인 매각을 둘러싸고 퇴직금 보장 문제와 유럽과의 '차별 대우'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
세계 굴지의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코트디부아르 사업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지 노동자들의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매각 후 해고에 대비해 퇴직금 보장을 거부함으로써 노조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유니레버는 경영난을 겪어온 코트디부아르 법인의 지분 전량을 현지 도매 유통업체 SDTM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고 있다. 직원 약 160명이 일하는 이 법인의 매각 절차는 오는 6월 20일 마무리된다.

이번 매각은 법인의 핵심 사업을 제외한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가 됐다. 4월 8일 자 내부 메모를 보면, 인수자인 SDTM은 유니레버의 국내 브랜드 사업만 넘겨받는다. 2023년 기준 유니레버 코트디부아르 전체 매출 346억 CFA 프랑(약 833억 2441만 원)의 60%를 넘게 차지했던 해외 브랜드 사업은 매각 대상에서 빠졌다. 유니레버는 앞으로 해외 브랜드를 현지에서 어떻게 유통할지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노동자들은 핵심 사업 부재 때문에 생길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들은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지난 4월 25일부터 아비장에 있는 유니레버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 "퇴직금 보장" 단체협약 vs "지급 의무 없다" 사측

노동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회사와 2004년에 맺고 2007년에 재확인한 단체 교섭 협약이다. 로이터 통신이 확인한 이 협약에는 사업 정리와 관련해 해고가 발생하면, 유니레버가 "근속 연수 1년당 평균 월급 총액의 1개월분, 최대 18개월"에 이르는 퇴직금과 "최대 6개월의 의료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현지 직원을 대리하는 렉스 웨이즈 법무법인의 수알리호 라소만 디오망데 변호사는 "경영진이 재확인한 이 협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니레버 측 태도는 단호하다. 회사 대변인은 해당 협약에 논평하기를 거부했다. 유니레버 코트디부아르의 아로나 디오프 법인장은 지난 4월 25일 노동 감독국 회의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임금은 단체협약이 아닌 새 인수자인 SDTM이 결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유니레버는 공식 성명에서 "이번 거래는 고용 계약 종료를 부르지 않는 주식 매각 방식"이라며 "고용이 계속 유지되므로 퇴직금 지급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유럽엔 '3년 고용 보장'…명백한 차별 대우

이에 디오망데 변호사는 코트디부아르 노동법 제16.6조를 들며 "고용 계약의 중대한 변경은 반드시 직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고용 조건의 실질적인 변경인 만큼 단체협약의 보호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고용 안정에 대해 어떤 확약도 받지 못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유니레버가 유럽 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과 대조되며 차별 대우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단체협약에 쓰인 퇴직금은 코트디부아르 현지 법정 기준이 근속연수에 따라 한 해 월 임금의 30~40%인 것을 고려하면 훨씬 나은 조건이다. 유니레버는 지난달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유럽과 영국 노동자들에게 법적인 의무가 없는데도, 통상적인 보장 기간의 3배에 이르는 최소 3년간의 고용 조건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유럽 노동자들은 3년 보장을 받았지만, 코트디부아르 노동자들이 요구한 '2년간의 동일 조건 보장'은 거절당했다. 디오망데 변호사는 이를 두고 "명백한 불평등 대우이자 부당한 차별이며, 심각한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