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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미크레틴' 꺼내든 노보, 유럽 시총 1위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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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미크레틴' 꺼내든 노보, 유럽 시총 1위 복귀

차세대 비만약 기대감에 주가 급등…3개월 만에 SAP 제쳐
릴리, 시장 점유율은 이미 역전…막강한 후속 신약으로 압박
덴마크 바그스베르드에 위치한 노보 노디스크 본사 전경. 노보 노디스크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아미크레틴'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며, 경쟁사 일라이 릴리와 독일 SAP를 제치고 약 3개월 만에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다시 올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덴마크 바그스베르드에 위치한 노보 노디스크 본사 전경. 노보 노디스크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아미크레틴'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며, 경쟁사 일라이 릴리와 독일 SAP를 제치고 약 3개월 만에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다시 올랐다. 사진=로이터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 6월 13일, 시가총액 3679억 달러(약 504조2805억 원)를 기록하며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를 제치고 유럽 최고 가치 기업 자리를 약 석 달 만에 되찾았다고 배런스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한 해 주가 하락과 최고경영자(CEO) 교체 같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노보 노디스크가 과감한 신약 개발 전략으로 판세를 극적으로 뒤집었다.

투자 심리가 돌아선 결정적인 동력은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아미크레틴'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아미크레틴을 2026년 1분기부터 3상 임상에 진입시키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미크레틴은 기존 초대형 신약인 위고비의 주성분(GLP-1)에 식욕 조절 호르몬 '아밀린'을 결합한 이중 작용제로, 앞선 임상에서 36주 동안 평균 2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며 안전성도 기존 약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회사는 주사제뿐만 아니라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인 먹는 약까지 동시에 개발하며 시장 지배력을 넓히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점유율 53% 릴리의 거센 추격


그러나 왕좌 탈환의 기쁨 속에서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추격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는 이미 2025년 1분기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53%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노보 노디스크를 앞질렀다.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는 1분기에만 23억 달러(약 3조152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역시 38억 달러(약 5조2086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먹는 약 '오르포글리프론'의 후기 임상 결과를 앞두고 있으며,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는 48주 동안 24.2%라는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해 차세대 초대형 신약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에는 아밀린 유사체 '엘로랄린타이드'의 초기 임상 결과까지 공개하며 노보 노디스크를 바짝 뒤쫓고 있다.

◇ '먹는 약' 개발로 승부수…미래는?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강수까지 둔 노보 노디스크는 내부 쇄신 요구에 부응해 더욱 과감한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잠재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카그리세마'의 새로운 3상 임상에 들어가는 한편, 미국 생명공학기업 '딥 애플'과 8억1200만 달러(약 1조113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 도입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셉터나'와도 먹는 소분자 비만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00년 동안 이어온 거대분자 의약품 중심의 개발 전략에서 벗어나는 중대한 변화다. 업계에서는 두 거인의 승부가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 시장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 세계 시장을 넓히려면 복용이 편하고 유통이 효율적인 먹는 약의 상용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유럽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으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진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