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지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금융 혁신
25년 만에 한국계 은행 태국 재진출…2026년 하반기 영업 시작
25년 만에 한국계 은행 태국 재진출…2026년 하반기 영업 시작

가상은행은 물리적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은행으로, 승인일로부터 1년 이내에 사업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중앙은행은 성명서에서 밝혔다. 태국 중앙은행이 도입하는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카오뱅크가 포함된 컨소시엄의 승인이다. 이번 인가 획득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이 태국에서 철수한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국내 금융권에서는 상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이어왔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SCB(시암상업은행, Siam Commercial Bank)를 포함해 신용카드 사업을 운영하는 Card X,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Innovest X 증권 등 20여 개의 금융·비금융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태국의 대표 금융지주사다.
지난해 9월까지 인가 신청서를 접수받은 태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9개월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포함해 3개 컨소시엄에게 인가를 최종 부여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디지털 뱅크 구축 경험과 높은 기술력, 현지화 역량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선정됐다.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법인은 올해 3분기 중 설립되며,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향후 설립될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중국 최초의 디지털은행인 위뱅크(WeBank Co., Ltd.)의 자회사인 위뱅크 테크놀로지 서비스(WeBank Technology Services Limited)는 기술 파트너로 참여해 첨단 혁신 기술을 제공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태국 진출 외에도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투자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슈퍼뱅크는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3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태국의 가상은행 도입은 동남아시아 디지털 금융 혁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리적 지점 운영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모바일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24시간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기존 은행들과의 차별화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운영 노하우와 핀테크 기술이 태국 금융시장에 접목되면서, 양국 간 금융기술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태국 진출은 향후 다른 한국 핀테크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