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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조용한 약세'...美 외 수출 경쟁력 강화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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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조용한 약세'...美 외 수출 경쟁력 강화 시그널?

CFETS 지수 4년반 만에 최저...유로 대비 10% 절하
對美 수출 35% 감소 속 동남아 21% 급증...무역분산 전략 통화정책 반영
태국의 한 은행 직원이 위안 지폐를 세고 있다. 위안화는 동남아시아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반면, 달러에 대해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태국의 한 은행 직원이 위안 지폐를 세고 있다. 위안화는 동남아시아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반면, 달러에 대해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다른 주요 통화들에 대해서는 약세를 유도하는 '조용한 환율 조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과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2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주관하는 중국 외환 무역 시스템(CFETS)의 위안화 지수는 6월 13일 95.49로 하락하여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요일 현재 95.92로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2024년 말 대비 5% 하락한 상태다.

이 지수는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한국 원, 태국 밧을 포함한 25개 통화 바스켓에 대한 위안화를 측정한다. 지수의 지속적인 하락은 중국 통화의 광범위한 약세를 보여준다.

특히 위안화는 작년 말 이후 유로 대비 거의 10% 절하됐다. 환율은 4월 말 유로당 8.44위안을 기록했는데, 이는 거의 11년 만에 최저치였다. 이후 8.2위안 정도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약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위안화는 밧화와 다른 동남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CFETS 지수의 25개 통화 중 19개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달러는 주요 예외다. 위안화는 작년 말에 비해 달러 대비 약 2% 상승한 달러당 약 7.18위안을 기록했다.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한 달 동안 7.16-7.20 범위에서 맴돌며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매일 발표하는 기준금리로 표시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은 기준금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이는 종종 위안화의 역외 시장 가치와 차이를 보인다.

이 기준금리는 일반적으로 중국 당국의 공식 의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불확실성의 구름 아래 있는 시기에, 달러 대비 위안화의 가치를 낮추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쿄 테이쿄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중국 통화 정책 전문가인 요스케 츠유구치는 "중국은 대미 수출 감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은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관세가 100%를 훨씬 상회했던 4월에는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20% 감소했다. 지난 5월 양측이 상호 관세를 115% 인하하기로 합의했을 때에도 수출은 여전히 35% 감소했다.

양측 간의 무역 마찰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이 극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희박하다.

반면 중국의 다른 지역 수출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동남아시아 수출은 4월에 21%, 5월에 15% 급증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각각 8%와 12% 증가했다.

중국이 내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수출의 갑작스러운 둔화를 피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은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추정에 따르면, 무역 가중 평균 기준으로 위안화가 10% 절하되면 상품 수출은 5% 증가하며 1/4 시차를 두고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5bp(베이시스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류 틸턴은 "여러 통화에 대한 위안화의 환율은 미국 달러에 대한 환율보다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무역 충돌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정교한 환율 정책을 구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에 대해서는 안정성을 유지해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의 비판을 피하면서도,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유도해 수출 확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대안 시장에서의 수출 호조는 이런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의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