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용인하면서도 미국산 원유를 더 많이 구매할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이같은 발언이 대이란 제재 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에너지 시장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은 이제 이란산 원유를 계속 구매할 수 있다. 미국산 원유도 많이 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폭격한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이 성립된 지 며칠 만에 나온 발언이다.
◇ “제재 유지 방침”…그러나 원유시장엔 하락 압력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국제유가는 약 6%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 집행을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공급 확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콧 모델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중국에 대한 제재 집행이 느슨해졌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집행에서 최소 압박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 “중국, 에너지 안보 자율 판단”…사우디 반발 가능성도
중국은 올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전체 원유 수입의 약 13.6%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립 정유사들이 낮은 가격에 수입하면서 수익성 유지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산 원유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고 현재 중국은 미국산 원유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입 유인이 낮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은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국가 이익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중국의 이란 원유 수입 확대는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이란과의 지정학적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 “정책 변화는 아직”…제재 유예엔 행정 절차 필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제재를 유예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제러미 파너 휴즈 허버드 앤 리드 법률사무소 파트너는 “이란산 원유 제재를 유예하려면 재무부의 수입 허가와 국무부의 유예 조치가 필요한데 이는 의회 통보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황을 주의 깊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