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통과 세법 '섹션 899' 핵심은 복수세...유럽·캐나다·한국 대상 2026년 적용, 월가 "신뢰도 위기" 경고

미국 투자운용사 러셀인베스트먼츠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이 조항이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미국 기업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이라고 여기는 세금을 도입한 국가의 투자자에게 미국 내 배당 등 소득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하원안에서는 원천징수세율이 연 5%포인트씩 최대 20%포인트까지 인상될 수 있으며, 한국 등 조세조약국 투자자의 경우 기존 15% 세율이 최대 35%까지 오를 수 있다. 상원안은 최대 15%포인트 인상까지 허용한다. 미국 국채나 회사채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예외로 두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조항은 디지털서비스세(DST)를 도입한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 회원국과, 과소과세 이익 규칙(UTPR)을 적용하는 호주 등이 주요 대상이다. 단, 캐나다의 상품서비스세(GST)나 유럽의 부가가치세(VAT)처럼 매출에 직접 부과되는 세금은 '불공정' 세금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이 조항이 적용되면, 미국 주식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전체의 약 20%에 달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투자 비중을 줄일 경우 미국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를 수 있다. 특히 리츠(부동산투자회사)나 공공요금주 등 배당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는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올해 6월 중순 기준 S&P 500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1.4%에 불과해, 원천징수세가 15%포인트 인상돼도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투자수익률은 약 0.13%포인트만 줄어든다. 하지만 리츠 등 고배당 주식에 집중 투자한 경우에는 수익률 하락 폭이 1%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주식 시가총액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다. 러셀인베스트먼츠는 "이번 조항이 직접적인 세금 인상 자체보다는,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줄어들 경우, 미국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를 수 있고,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법안은 미국이 글로벌 세제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미국이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에 디지털서비스세 등 새로운 세제 도입을 막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법안에는 매출세 등은 제외돼 있어, 상대국이 디지털서비스세를 철회하는 것이 더 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법안은 아직 최종 통과 단계가 아니며, 상원과 하원 간 조율 과정에서 내용이 더 바뀔 수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모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금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실제 적용을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투자자들은 세율 인상에 대비해 조세조약 개정 협의를 추진하고, 고배당주 비중을 조정하거나 이자소득(미국 국채 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러셀인베스트먼츠는 "이번 조항이 미국의 일방적 정책 결정 경향을 강화하고,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도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