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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의 쓴소리 "日 라피더스, TSMC 이기려면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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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의 쓴소리 "日 라피더스, TSMC 이기려면 '혁신' 필요"

"생산 속도만으론 역부족…업계 판도 바꿀 근본 혁신 보여줘야"
라피더스, IBM과 2nm 개발·첨단 패키징으로 '차별화' 승부수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히가시 테츠로 이사회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히가시 테츠로 이사회 의장. 사진=로이터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2nm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인텔의 팻 겔싱어 전 CEO가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차별화한 기술’을 꼽았다. 단순히 생산 효율이나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거대 기업인 TSMC와 경쟁하기에 부족하며, 라피더스만의 ‘핵심 기술(secret sauce)’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겔싱어 전 CEO는 최근 도쿄 기자회견에서 라피더스의 잠재력을 묻는 질문에 "라피더스를 시장에 내놓으려는 일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하지만 라피더스는 몇 가지 근본이 되는 차별화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초격차 기술 없이 순조롭게 사업을 운영하는 TSMC를 따라잡으려 한다면, 이는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라피더스의 비책 ‘패키징 통합’…현실화는 아직

라피더스는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비책으로 ‘첨단 패키징 공정 통합’을 내세운다. 웨이퍼를 생산하는 팹 안에 완전 자동화한 패키징 라인까지 구축해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첨단 패키징 공정 통합’은 삼성, 인텔, TSMC 같은 기존 강자들과 차별화하는 라피더스만의 독점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즉시 실현되지는 않는다. 팹 가동 초기에는 패키징 서비스 없이 웨이퍼 시험 생산만 할 예정이다.
기술 현실화를 위해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를 적용한 2nm 공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2027년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7월 첫 샘플 웨이퍼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고객들이 시제품을 제작하도록 관련 설계 툴도 지원할 계획이다.

홋카이도 지토세에 건설 중인 IIM(Innovative Integration for Manufacturing) 팹에는 지난해 말 ASML의 EUV와 DUV 노광 장비 설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시험 가동에 필요한 초기 운영 단계를 달성했을 것으로 보지만, 라피더스나 ASML 모두 첫 웨이퍼 노광(first light-on-wafer) 소식에 대한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 '칩렛'에서 미래 찾는다…후공정 연구센터 설립

또한 라피더스는 후공정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따로 ‘라피더스 칩렛 솔루션스’라는 연구 센터를 설립한다. 이 연구 센터는 중앙 시설에 인접한 세이코 엡손의 지토세 부지에 들어선다. 지난해 10월부터 준비에 착수했으며, 이달부터 장비 설치를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재배선층(RDL), 실리콘 인터포저, 하이브리드 본딩을 포함한 3D 패키징 공정, 조립 설계 툴, HBM 모듈과 같은 양품 다이(KGD) 테스트 방법 등 미래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후공정 기술 고도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겔싱어의 조언은 현재 라피더스가 내세운 전략만으로는 TSMC의 아성을 넘기 어렵다는 냉정한 경고를 담고 있다. 시장은 라피더스가 앞으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초저전력 설계, AI 최적화 공정 등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근본이 되는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