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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유사 양자’로 0.01초의 기적… 신약·물류 난제 100배 빨리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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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유사 양자’로 0.01초의 기적… 신약·물류 난제 100배 빨리 푼다

'카오스의 가장자리' 제어 성공… 정밀도 100% 달성하며 미래 기술 추월
50년 뒤 기다릴 필요 없다… 1~2년 내 금융·제약 현장 실무 서비스 투입
슈퍼컴퓨터로 수백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한다는 ‘꿈의 기술’ 양자컴퓨터. 하지만 영하 273도의 극저온 유지 장치와 거대한 설비 탓에 상용화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런데 최근 일본 도시바(東芝)가 이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을 발표하며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슈퍼컴퓨터로 수백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한다는 ‘꿈의 기술’ 양자컴퓨터. 하지만 영하 273도의 극저온 유지 장치와 거대한 설비 탓에 상용화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런데 최근 일본 도시바(東芝)가 이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을 발표하며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슈퍼컴퓨터로 수백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해결한다는 꿈의 기술양자컴퓨터. 하지만 영하 273도의 극저온 유지 장치와 거대한 설비 탓에 상용화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된다. 그런데 최근 일본 도시바(東芝)가 이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을 발표하며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7(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도시바가 양자컴퓨터의 계산 원리를 일반 반도체 기반 소프트웨어로 재현한 유사 양자컴퓨터(Simulated Quantum Computer)’의 계산속도를 기존보다 최대 100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도시바는 계산 정밀도까지 사실상 완벽한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복잡한 조합 최적화문제 해결의 실용화 단계를 훌쩍 앞당겼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 카오스의 가장자리제어… 1.3초 벽 깨고 0.01초 돌파


도시바 연구진이 이번 성능 비약의 열쇠로 삼은 것은 이른바 카오스의 가장자리(Edge of Chaos)’라 불리는 특수 영역이다. 이는 시스템의 상태가 규칙적인 질서에서 불규칙한 혼돈으로 넘어가는 경계면을 뜻한다. 도시바는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미세 변화를 정밀한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제어할 때 계산속도와 정확도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고도화했다.

성능시험 결과는 가히 독보적이다. 기존 유사 양자 모델이 최적의 답을 내놓기 위해 1.3초를 소요했던 고난도 계산을 새로운 알고리즘은 단 0.01초 미만에 끝냈다. 도시바 후토 하야토(後藤隼人) 시니어 펠로우는 이번에 구현한 속도와 정밀도는 50년 뒤에나 등장할 진짜 양자컴퓨터조차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극복했음을 강조했다.

금융 포트폴리오부터 신약 후보 물질 발굴까지… 1~2년 내 실전 배치


도시바는 이번 기술을 실험실에 가둬두지 않고 1~2년 안에 실제 산업 현장에 서비스 형태로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유사 양자컴퓨터는 영하 273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한 진성 양자컴퓨터와 달리 기존 서버 인프라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경제성이 압도적이다.

주요 적용 분야와 기대 효과는 첫째, 금융 자산 배분이다. 수천 개 종목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최적의 수익률을 내는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재구성한다. 업계에서는 계산 시간이 기존 대비 90%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물류 최적화다. 수만 대의 차량과 배송지를 연결하는 최단 경로를 찰나의 순간에 산출해 에너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한다.

셋째, 제약 및 화학이다. 무수한 화합물 조합 중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시뮬레이션 속도를 높여 연구 개발(R&D)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기존 방식은 정답에 가까운 해()를 얻기 위해 여러 번 반복 계산을 수행해야 했지만, 도시바의 새 알고리즘은 단 한 번의 처리로도 정답을 도출할 수 있어 연산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게 됐다.

미래기다리기보다 현재를 극한으로… 산업 주도권 전장 이동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도시바의 성과를 두고 "양자컴퓨팅의 장점만 취해 현실의 문제를 즉각 해결하려는 실용적 접근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진짜 양자컴퓨터가 보급되기 전까지 유사 양자 기술이 차세대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의 높은 기대감을 전했다.

다만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은 남아 있다. 특정 유형의 문제에서는 이전 방식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도시바는 앞으로 문제 성격에 따른 맞춤형 검증 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도시바의 이번 도전은 '꿈의 컴퓨터'가 오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대신, 기존 컴퓨팅 구조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0.01초의 연산 속도 차이가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 유사 양자컴퓨팅 기술은 이제 단순한 연구 과제를 넘어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