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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김치본드’ 부활에 외화 유입 기대…한은의 포석, 실효성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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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김치본드’ 부활에 외화 유입 기대…한은의 포석, 실효성은 미지수

서울 중구의 한국은행 본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의 한국은행 본관. 사진=로이터

한국은행이 지난 14년간 유지해온 김치본드 투자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의 실제 발행 수요와 달러 조달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의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의 김치본드 투자 금지를 철회한 배경으로 외환보유액 감소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투자 급증 등으로 인한 외환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은행은 “외화 유동성 개선과 원화 약세 압력 완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김치본드’ 부활…달러 유입 통한 원화 방어

김치본드는 외국계 또는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등이 국내에서 외화 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조달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에서 활용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외화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지목돼 투자 제한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발표에서 “오는 30일부터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의 김치본드 투자를 허용한다”며 “외화대출 용도제한도 단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모발행 채권은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치본드 관련 RFI 투자잔액은 2011년 6월 말 165억6000만 달러(약 22조6952억원)에서 올해 2월 말 기준 1억6000만 달러(약 2192억원)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다.

◇ 암호화폐 열풍이 부른 외환 유출…정부는 달러 공급 확대 유도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면서 외환 유출 규모가 커졌다. 올해 1분기 관련 거래 규모는 57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화 약세를 방어하고 외화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정부는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은행 간 외환 스와프 한도를 확대하고 외화 파생상품 거래 한도를 완화하며 외화 유입 여건을 조성해왔다. 이번 김치본드 투자 허용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해외 금융사 한국 지점의 김치본드 투자로 달러가 유입되면, 국내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환율 안정 기대 속 기업 반응은 신중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원화 가치 상승 압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제 시장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가치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을 확대하며 원화 강세를 유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현재 달러 자금 조달 비용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김치본드 발행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개방 확대는 한국의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 외환 규제 문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