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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나토, GDP 5% 국방비 시대 선언…유럽 방산주 '역대급 랠리'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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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나토, GDP 5% 국방비 시대 선언…유럽 방산주 '역대급 랠리' 시작되나

육·해·공 전통 강자부터 사이버·IT 신흥 기업까지 '낙수효과' 기대
독일 라인메탈 주가 180% 폭등…에어버스·롤스로이스 등 대형 수주 잇따라
2022년 6월 13일 프랑스 파리 인근 빌팽트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에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로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6월 13일 프랑스 파리 인근 빌팽트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에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로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나토)가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유럽 방산업체들의 막대한 수혜가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위협과 유럽 안보 불안,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 대응하는 조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나토는 지난주 연례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 대다수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수백조 원 규모의 신규 방위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각국 정부는 수천억 유로에 이르는 자금을 군사 역량 강화에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 노바 경영경제대학교의 안토니우 알바렝가 교수는 "장갑차와 해군 함정 같은 전통적인 플랫폼부터 사이버 안보와 기반 시설 현대화 같은 신흥 분야에 이르기까지 특정 부문과 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육군력 강화의 핵심, 독일 라인메탈 '최대 수혜'


독일 최대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이 유럽 방위비 증액의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라인메탈은 올해 매출이 최대 3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실제 2025년 1분기 국방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나 뛰었다. 올해 들어 주가는 180% 넘게 폭등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시장 분석가들은 라인메탈의 올해 연간 매출이 3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바렝가 교수는 "라인메탈은 주력 전차, 자주포, 고속 발사체 등의 대규모 수주를 통해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하늘의 지배자…차세대 전투기·미사일 사업도 활기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에어버스, 다소 항공, BAE 시스템스, 사브, 레오나르도 같은 유럽 기업들이 차세대 전투기 개량, 무인 항공 시스템, NATO 차세대 헬기 사업(Next Generation Rotorcraft) 등 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알바렝가 교수는 "각국이 노후화된 항공기를 교체함에 따라 다목적 전투기 조달만으로도 앞으로 10년간 수천억 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리누스 테어호르스트 연구 분석가는 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 공중 급유, 장거리 정밀 타격 시스템과 기반 시설 개선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봤다. 그는 "유럽에는 이런 시스템을 생산하는 업체가 소수에 불과하다"며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MBDA 같은 곳"이라고 지목했다. MBDA는 에어버스, BAE 시스템스, 레오나르도가 합작한 미사일 전문 기업으로, NATO 미사일 통합 사업(Akeron 등)의 핵심 수혜 기업이 될 전망이다.

독일 메츨러 은행의 슈테판 바우어 분석가는 보고서에서 에어버스를 "가장 선호하는 주식 중 하나"로 꼽으며 '매수' 등급과 함께 현재보다 약 11% 높은 198유로(232달러)를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수혜가 예상되는 주요 방위산업체.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수혜가 예상되는 주요 방위산업체.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해군력 증강과 SMR…롤스로이스의 '두 마리 토끼'


항공우주 분야뿐 아니라 해상 분야 투자도 활발하다. 알바렝가 교수는 프리깃함, 초계함, 지원함 등을 예로 들며 해상력 강화에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에서 뛰어난 기술을 가진 롤스로이스는 최근 영국 해군과 110억 달러(약 14조 8929억 원) 규모의 원자로 계약을 맺는 등 대형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 미래 전쟁의 승부처…사이버 안보·IT 시장도 '들썩'


사이버 안보 같은 첨단 기술 분야도 새로운 격전지다. 프랑스의 탈레스(Thales)와 벨기에의 프록시무스(Proximus)는 NATO IT 현대화 사업의 대형 계약을 공동으로 따내며 유럽의 방산-IT 융합을 이끌고 있다. 알바렝가 교수는 "탈레스 외에 알리터 테크놀로지스, 사이브엑서 같은 신흥 전문업체들이 국가 네트워크 강화 계약을 두고 경쟁할 것"이라며 "미국의 팔로알토 네트웍스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같은 기업도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토의 이번 국방비 증액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선다. 군수물자 수송을 위한 기반 시설 현대화는 물론 첨단 기술과 사이버 안보까지 방위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