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달러 손실 감수…전임 CEO 핵심 전략 1년 만에 폐기 수순
TSMC와 'N2' 경쟁 정조준…애플·엔비디아 고객 유치 총력
TSMC와 'N2' 경쟁 정조준…애플·엔비디아 고객 유치 총력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립부 탄 CEO가 이 같은 전략 전환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취임한 탄 CEO는 6월부터 전임자인 팻 겔싱어가 핵심으로 내세웠던 18A 공정이 신규 고객 유치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 CEO는 취임 직후 중간관리층을 축소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조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AI·데이터센터·PC칩 등 핵심 사업부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탄 CEO는 이르면 이달 중 열릴 이사회에서 18A 공정의 신규 고객 마케팅 중단 등 파운드리 사업부의 새로운 전략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 전략이 실행되면, 인텔은 18A 공정 개발에 투입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 중 상당액을 손실 처리해야 한다. 업계 분석가들은 관련 상각 비용이 수억 달러에서 최대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 '밑 빠진 독' 18A, TSMC에 밀렸다
이에 대해 인텔 측은 "가상 시나리오나 시장 추측"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18A의 주 고객은 오랫동안 인텔 자신이었으며, 2025년 하반기 '팬서 레이크' 노트북 칩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차세대 '14A'로 구원투수 등판…고객 맞춤형 기술로 승부
18A 공정의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인텔은 TSMC보다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는 차세대 14A 공정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것이다. 14A 공정은 TSMC의 N2와 직접 경쟁을 목표로 하며, 18A 대비 성능-전력 효율이 15~20% 향상되고 '터보 셀' 등 신기술이 적용된다. 인텔은 이미 여러 고객사와 14A 기반 테스트 칩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현재 TSMC에 칩 생산 전량을 맡기는 애플,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고객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이사회 결정과 무관하게 기존에 계약된 물량은 18A 공정으로 계속 생산된다. 인텔 내부용 칩은 물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소량의 칩도 여기에 포함된다.
인텔은 성명을 통해 "립부 탄과 경영진은 로드맵을 강화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며 미래를 위한 재무 상태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며 "사업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지난 20년간 모바일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이라는 핵심 기술 흐름에서 뒤처지며 제조 경쟁력을 상실했다. 지난해에는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2024년 순손실 188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재무적 압박도 크다. 신임 CEO의 파격적인 시도가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고위험·고수익의 전략적 도박'인 만큼, 위기에 빠진 인텔이 다시 반석 위에 오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