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체리, 18개월 만에 신차 개발...2024년 판매 40% 늘어"

◇ "18개월 만에 신차"...중국 자동차의 속도 경쟁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개발 기간을 18개월로 줄였다. 기존 글로벌 기업이 5년 가까이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브랜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평균 수명은 1.6년, 외국 브랜드는 5.4년이다. 이런 빠른 개발은 BYD, 체리(Chery), 지리(Geely) 등 민간 기업이 이끌고 있다.
BYD는 2024년 한 해 동안 세계 판매량이 41% 늘어 427만 대를 기록했다. 혼다, 닛산, 스즈키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체리는 2024년 114만 대를 해외에 내보내며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업체가 됐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모델 노후와 수요 둔화로 연간 판매가 처음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회사의 개발 속도가 비용과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많다. BYD는 90만 명에 이르는 인력으로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한다. 부품의 75%를 직접 만들어 공급망 효율도 높였다. 폭스바겐 전기차 ID.3는 자체 부품 비율이 35%, 테슬라 모델3는 46%다.
◇ 세계 시장 흔드는 중국산 전기차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는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중국 자동차 판매는 3143만6000대로 16년 연속 세계 1위다. 이 가운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286만6000대로 전년보다 35.5% 늘었다. 수출도 585만9000대로 19.3% 증가했다.
체리는 2023년 10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6주 만에 오모다(Omoda) 5 SUV의 유럽 사양을 개발해 출고했다. 체리의 선임 차량 역학 전문가 리카르도 토넬리는 "유럽 자동차 회사라면 1년 넘게 걸릴 일을 6주 만에 끝냈다"고 말했다. 이런 빠른 개발과 시장 대응이 중국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디지털 설계,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기반 시험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있다. 지리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크르(Zeekr)는 상하이, 항저우, 스웨덴 예테보리 등 세계 연구개발 거점을 활용해 하루 20시간 연속 개발 체계를 갖췄다. GM 뷰익 브랜드 디자인 책임자 매트 눈은 "중국 회사의 속도를 따라잡는 게 계속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품질이나 안전에서 뒤진다는 인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신차평가프로그램(Euro NCAP) 전략개발이사 매튜 에이버리는 "요즘 중국 브랜드 차량의 품질이 다른 차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 경쟁 심화와 세계 시장 확장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빠른 성장에는 과잉 생산과 가격 경쟁 심화라는 그림자도 있다. 2024년 중국 내 조립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5400만 대로, 실제 생산량(2750만 대)의 두 배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YD, 체리 등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무역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지 생산기지 확대와 다양한 모델 출시로 세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BYD는 2024년 8~10월 사이 20만 명을 새로 뽑아 GM 전체 인력보다 많아졌다. 물론 아직 BYD의 시가총액은 1410억 달러(약 191조6400억 원)으로 폭스바겐의 3배지만, 테슬라(약 1조 달러, 약 13590조5000억 원)에는 못 미친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초고속 개발, 대규모 생산, 공급망 통제, 빠른 시장 대응이 결합됐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미국 등 일부 시장의 무역장벽, 과잉 생산, 세계 브랜드와의 품질 경쟁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